젊은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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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BHA국제학교 이사, 시인/수필가

“귀국한 뒤에도 아프리카 현지인들과 계속 연락을 하고 있나요?”


“예, 메일을 통해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며칠 전엔 한 친구가 자기 컴퓨터가 너무 오래돼서 계속 말썽을 일으킨다며, 'I want a young computer' 라고 전해 왔습니다. 젊은 컴퓨터 한 대 보내달라는 얘기지요. 또 얼마 전엔 세네갈 사무실 안에 크게 잘 자라고 있는 선인장 사진을 보내왔었습니다. 이 선인장은 거리에 버려져 있는 것을 제가 주워다 대형 화분을 사다 심고 가꾸던 것이었습니다. 돌아 올 때 오스만 게에라는 친구에게 잘 돌보라고 부탁했습니다. 물주는 사진과 천정 높이로 자라고 있는 선인장모습을 보내왔습니다. 아마 선인장을 보면서 나를 기억하겠지요.”


“쓰신 책에 ‘나무나 세네갈’은 무슨 뜻인가요?”


“나무나는 세네갈 월로프어로 ‘그리워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나무나 세네갈은 ‘그리운 세네갈’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곳 친구들이 많이 쓰는 인삿말이 ‘나무랄라’인데 이 말은 영어로 I Miss You, 즉 ‘나는 당신이 너무 그리워’란 의미입니다.”


며칠 전 갑자기 서울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여의도에 있는 국영 방송과 상암동에 있는 공영 방송에서 긴 시간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알고 보니 얼마 전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내가 2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했었던 체험담을 책으로 펴냈었는데, 그 것을 보고 연락해 왔던 것이다.


한국 유일의 공적 원조기관인 코이카는 지구촌 40여개 저개발 국가에 천명 이상의 봉사단원을 파견하고 있다. 해마다 제출되는 수백여 건의 봉사 체험 중에서 서너 건을 채택하여 저자별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오지에서의 봉사활동도 알리고, 신규 단원을 위한 지침서로도 활용하고 있다.


세네갈에서는 SEN TV에서 나와 우리 사무실 활동 내용을 방송한 적이 있지만, 귀국 후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원로 어나운서 원 선생님과의 인터뷰는 단 둘이서 한 시간 송출 분량으로 진행되었다. 대단히 비중 있는 중요 방송이라고 한다. 며칠 밤을 고민하며 거절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는데, 워낙 노련한 원 선생님의 진행으로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상암동 방송국에선 젊고 잘 생긴 정 어나운서가 진행했다. 좋은 인상에 목소리가 청아하고 쾌활했다. 진행도 아주 능숙했다. 30분 분량이었다.
 

방송 일정을 소화하면서, 방송 작가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우선 취지원을 발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책을 대상으로 한다면 하룻밤에 책을 독파하고, 방송 내용과 절차를 작성하고, 작가와 연락을 취하고 마무리 될 때까지 모든 준비와 진행을 실수 없이 마무리해야 한다. 매주 몇 건씩 해야 소화해야 하니, 그 어려움과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지 상상이 되었다. 
 

방송을 하다 보니, 이 겨울이 너무 사랑스러워졌다. 아프리카의 4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 속에서 한국의 겨울을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그런데 연중 불어오던 거대한 사막 바람 하마탄, 너무너무 많은 모기와 해충, 이질적 문화와 언어 등이 이제 다시 그리워지는 것은 왠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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