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勿失好機/陽韻(물실호기/양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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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詩 南軒 金粲洽(작시 남헌 김찬흡)

無能何以國權持 무능하이국권지 어찌하여 무능한데도 국권을 잡았던가,

志士悲慷百姓荒 지사비강백성황 뜻 있는 이 분개하고 백성은 거칠었네/

瓦殿不如貧草屋 와전불여빈초옥 청와대는 가난한 초가집만도 못해,

萬化威力勢聲張 만화위력세성장 수만 시위대의 성세가 대단하오/

 

▲주요 어휘

△悲慷=悲憤慷慨의 줄임말, 의롭지 못한 일이나 잘못되어 가는 세태가 슬프고 분하여 마음이 북받쳐 일컫는 말 悲=슬플 비, 憤=분할 분 慷=강개할 강 慨=분개할 개 △瓦殿= 청와대 △不如=같지않다, 못하다 △勢聲=聲勢, 왕성한 세력

 

▲해설

평기식 7언절구로 불행한 시대를 한탄하는 소회를 써보았다. 나라를 훌륭하게 영도한 후 부모에게 보은하고 형제들과 포근한 가족 품에 안기는 줄 알았더니, 아버지의 후광에 뭇 사람들이 속은 느낌이다. 어찌하여 무능한데도 국정을 잡고 있는가. 뜻 있는 이들이 분개하고 시위하는 민초의 함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마치 일엽편주(一葉片舟)가 만리(萬里)의 아득한 창파(滄波)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일신의 나약한 몸으로 표류하고 있다. 허물을 진작 고치지 않았으니 국가 기강이 위태롭고 만사가 어그러지고 있다. 그 틈새를 비집고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인걸들이 한 둘이 아니다.

 

순자(筍子)는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인데,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고 하였다. 권근(權近 1352∼1409)은 인간 세상을 ‘하나의 거대한 물결’로, 인심을 ‘하나의 거대한 바람(夫人世。一巨浸也。人心。一大風也)’으로 비유했다. 사나운 물결은 세상을 뒤엎고 생명을 해치기도 한다. 배의 사공은 더욱 정신을 차려서 키를 잡고 노를 저어야지, 잠시도 방만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차! 이런 모습에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게 무엇이라 변명할까? 사람은 누구나 좋은 기회가 있다. 그 시기를 잃으면 정반대의 길로 치닫게 된다. <해설 남헌 김찬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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