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마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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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흥식. 수필가

일만팔천 신이 기거하는 신들의 고향 제주에서 펼쳐지는 마을제는 제주도민들의 생활 속에 배어있는 세시 풍속이자 전형적 공동체 문화로써 정유년(丁酉年) 정월 초정일(初丁日)을 기점으로 여러 마을에서 올 한해의 무사 안녕과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마을제가 봉행된다.


마을제는 매년 지내는 정기제로써 마을마다 정해진 법식에 따라 의례를 행하고 있다. 유교식 마을제의 대상신은 마을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겠지만 토신(土神) 포신(酺神) 이사신(里社神) 가신(街神) 등이 있으나 여러 신위 중 하나만을 모시기도 하고 복수의 신위를 모시는 경우도 있다.


포신(酺神)은 한 마을의 수호신으로 받드는 터주신위로서 일반적인 토지신과는 구분된다. 토지신은 어떤 국한된 좁은 지역의 신을 말하지만 포신이라 할 때는 특정한 그 마을의 신으로써 토지신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지키는 신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제 명칭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역시 포제이다. 포신은 오곡풍등(五穀豐登)과 육축번식(六畜繁殖)을 관장하는 농신에 해당된다.


토신을 포괄적인 마을 수호신으로 모시고 있으면서도 토신제라 하지 않고 포제라고 하는 것은 농업을 위주로 사는 사회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포제(酺祭)는 불안한 삶 속에서 한해를 시작할 때에 마을주민의 안녕과 앞으로의 삶에서의 풍요를 기원하고 신의 보호를 받으면서 삶을 안정된 마음에서 영위하고자 치르는 것이다.


택일이 되면 이날의 자시가 바로 행제시(行祭時)가 되는 것이다. 마을에서 비교적 조용하고 정결한 곳에 마련해둔 제단에서 지내는 것이 보통이다.


포제(酺祭)를 앞두고 각 마을에서는 주민총회를 개최해 제반 사항을 의논하여 결정하고 제관을 구성하게 된다. 제관은 대체로 12~14명으로 구성된다. 과거에는 제관으로 선출되면 일주일 동안 제청에서 합숙하며 재계(齋戒)하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사흘로 줄였다.


이 기간 동안 마을 입구에는 금줄을 쳐서 부정한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다. 제관들은 마을에 있는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거나 제청에서 향물로 몸을 깨끗이 했다.


제청은 부정할 염려가 없고 여러 사람이 기거할 수 있는 넓은 개인 집을 선정했으나 요즘에는 포제단에 제청을 마련하거나 마을회관 경로당 등을 제청으로 선정하고 있다.


포젯날 저녁이 되면 축문을 작성하고 필요시 예행연습도 한다. 밤 10~11시쯤 되면 제물을 포제단으로 옮겨간다. 미리 준비해둔 희생(犧牲)을 먼저 올리고 나머지 제물을 진설한다.


시간이 되면 제관들은 제복을 차려입고 나와서 관수(盥手)를 한다. 마을에 따라 삼헌관과 제관의 제복이 다른 경우도 있으나 같은 제복도 입는다. 제사의 순서를 적은 홀기(笏記)에 따라 제사를 진행한다.


포제를 지낼 때 개, 소, 닭소리가 들리면 좋지 않다고 믿었다. 이런 소리는 귀신을 쫓아버린다는 관념이었다. 반면에 꿩이나 말소리가 들리면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지내는 마을제는 제례를 넘어 주민들의 일체감을 확인시켜 주며 같은 지역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과 마을주민으로서 정을 나누고 서로의 위계질서를 확인하며 신의 보호 속에서 한해를 살고자 하는 소박한 마음에서 치르고 있다.


마을마다 치르는 마을제를 통해서 불안한 마음을 털어버리고 보다 안정된 마음에서 좀 더 긍정적으로 삶에 매진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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