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결선투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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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성 현대법률연구소장 前수원대 법대학장/논설위원

지금 정치의 일각에서 대통령의 결선제에 관하여 주장되고 있다. 나도 이 결선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장자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매우 어설픈, 심지어 비논리적이다. 이 결선투표제는 오늘날 민주주의 보편적 기술인 ‘다수결 제도’ 의의와 기능면에서 ‘정치 공학적 검토’, ‘법리근거 제시’가 필요하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회고를 좀 하고자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내 반은 60명이었는데, 오현중학교 출신이 20명, 제일중학교 출신이 21명, 그 외에 제주도 전 지역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19명이었다. 반장선거를 할 경우 오현중 출신과 제일중 출신이 대결하는 것은 분명했고, 누가 당선되더라도 다른 중학교 출신이 계속 딴죽을 걸면, 반장 역할 하기가 힘들 것으로 여겨졌다.

3명의 후보자 중 1차 투표에서는 누구도 과반수를 넘지 못하였고, 2차 투표실시 결과 35표를 얻은 내가 당선되었다. 나는 1차 투표결과를 미리 예상하고, 입학 후 나를 지지하지 않은 자를 상대로 현재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노력을 계속해 왔던 것이다.

이제 대통령 선거제도의 결선 제도를 생각해보자. 누가 뭐라해도 우리나라의 선거 특히 대통령선거는 그동안 40여 년 이상을 지역 감정에 의하여 좌우되어 왔다.

그리고 몇 번에 걸친 선거에서 보아왔듯이 후보자는 늘 지역적 판도에 따라 득표해왔고, 그 득표수는 모두 유권자의 과반수를 넘지 못하였다. 뒤집어 말하면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은 자가 당선자를 지지하는 자보다 더 많았던 것이다. 이런 경우 주로 두 가지 문제점이 파생된다.

첫째, 원리적으로 민주주의 핵심원리인 ‘다수결의 메커니즘’에 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반수가 넘지 못함에도 상대적 다수도 다수로 둔갑하는 형식 논리는 내면적 모순과 갈등을 배태하게 된다.

둘째, 상대적 다수에 의하여 당선된 자는 비판적 반대의 여론을 지역적으로 자기를 지지하지 않는 자들의 원시적 감정으로 보고, 대안적 여론으로 수용하는 것을 검토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생각·판단만이 옳다는 주관적 편견에 매몰된다. 물론 절대다수표를 얻은 당선자도 독선적인 가치관 내지 정치철학으로 빠져들 수 있다.

그러나 제도는 합리적 사고를 잉태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선거제도에서 2차 결선 투표를 하여 1차 투표에서 지지하지 않던 자를 대통령이 지지자로 돌려세워 정치수행의 가담자로 동행(同行)하게 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초·중·고의 반장선거에서 2차 투표를 함에서는 비용·시간 등 복잡한 면이 없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에서 2차 결선투표는 선거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임기 중 일을 못하게 하는 대통령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지를 몰아주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독일의 프로스토프(Frostoff)가 민주법치국가에서 툭하면 비용을 내세워 실질적 정의 실현을 주저하는 것은 실질적 법치국가가 아니라고 하였다. 오늘날 정치인들이 정치적 상황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거나, 법논리에 충실한 인물들이라면 지금과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의 초래는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끝으로 정치인들이 사해동포(四海同胞)적 가치관을 가지고, 미시적 정치 이기주의에서 벗어난다면 나라의 결점들은 확실히 개혁·개선되리라고 생각된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정치적 다수결의 메커니즘에서 보나, 법원리면에서 볼 때 결선투표제도는 꼭 필요하다. 특히, 3~4명의 후보자가 난립하는 경우 지역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결선투표제도는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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