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친오름 정상 오름군락=거친오름 정상에서 바라 본 풍광. 절물오름, 민오름, 큰지그리오름, 세미오름, 바농오름 등 옹기종기 모여있는 오름을 조망해 볼 수 있다. 사진제공=노루생태관찰원

제주의 겨울은 매섭다. 섬 전체를 휘감는 바닷바람은 거칠기까지 하다. 자연이 늘 풍요로움만 주는 것은 아니듯 겨울은 혹독하고 고독스럽기까지 하다. 늦은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이때에 계절과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거친오름에 올랐다.

크기가 크고 산세가 험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이 오름은 명도암마을을 지나 절물자연휴양림 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편에 큼직막한 몸체로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지금은 등반로가 잘 정비됐지만 과거 오름을 포함해 이 일대가 중산간 지역에 위치했기에 자연림이 무성하고 가파른 산비탈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지금도 오름은 이름에 걸맞게 광활한 자연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높이 618.5m, 둘레 3,321m, 총면적 49만3,952㎡인 큰 덩치로 위용을 자랑하는 거친오름은 동쪽 봉우리와 서쪽 봉우리 두 봉우리로 이뤄졌는데 동쪽 봉우리가 주봉우리다.

오름은 하나의 물줄기가 길을 만나 여러 갈래로 내리뻗는 것과 같이, 크고 작은 여러 줄기의 산등성이가 사방으로 뻗어 내려 그 사이사이마다 깊은 골이 파여 있다. 오랜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오름의 속내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고요하고 아늑하다.

오름 북쪽 비탈면에는 말굽형태의 분화구가 있고 비탈면 전체에는 낙엽수를 주종으로 해서 해송과 상록활엽수가 드문드문 섞인 울창한 자연림이 형성돼 있다.

거친오름은 노루의 쉼터라 불릴 만큼 노루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오랜 세월 한라산과 제주를 지키며 영험하고 신비스러운 이미지로 상징시 됐던 노루는 거친오름 품에서 머물며 오름과 함께 공존해왔다.

이 때문에 거친오름에는 노루들이 보다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노루생태관찰원이 조성됐는데, 이로 인해 무척이나 예민하고 조심성 많은 노루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거친오름은 전체적으로 산세가 복잡하지만 탐방로가 잘 정비돼 있어 남녀노소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으로 가는 길목 곳곳에 쉼터가 마련돼 있어 고된 이들에 안식처가 되어준다. 그저 그 곳에 앉아 주변 경관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자귀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윤노리나무, 단풍나무 등 해발 600m 지역에 자생하는 제주의 대표적 나무도 살펴 볼 수 있다.

 

   
▲ 관찰원 초입에서 바라본 오름=거친오름은 두 개의 봉우리로 이뤄졌는데, 주봉우리인 동쪽 봉우리를 기점으로 북서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고, 북쪽에는 말굽형 굼부리가 형성돼 있다.

거친오름 정산에 오르면 늦가을 흐드러지게 폈다가 겨울바람에 꽃씨가 모두 날려져 앙상한 꽃대만 남아버린 억새가 마중하고 있다. 억척스럽게 모진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마른 억새 뒤로는 오름 군락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겨울 오름은 황망하지만 바람에 쓸쓸히 휩쓸리는 억새를 바라볼 수 있어 나름의 정취가 있다.

야생 노루의 일상 한눈에 보고 직접 체험하는 ‘생태관찰원’

거친오름에 오르기 위해선 노루생태관찰원을 거쳐야 한다. 노루생태관찰원은 제주시가 2001년부터 본격 조성해 2007년 개장한 곳이다. 노루생태관찰원은 이 오름 둘레 2.6㎞에 이르는 주관찰원, 야생 노루의 일상을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는 상시관찰원, 노루의 생활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각종 정보를 갖춘 전시실, 야외 노루 소공원, 인공폭포와 연못 등의 시설이 마련돼 있다. 특히 노루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장이 마련돼 있어 눈길을 끈다.

 

   
▲ 먹이주기체험=노루생태관찰원 내 조성된 노루먹이주기 체험장. 사진제공=노루생태관찰원

또한 오름 주변에는 위령탑, 추념광장, 사료관, 문화관 등의 시설을 갖춘 제주4·3평화공원이 조성돼 있어 제주의 역사를 관람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