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오륜(三綱五倫), 봉건유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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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호. 21C제주유교문화발전연구원장/수필가

온 나라가 어지럽다. 국정조사청문회, 탄핵소추심의, 특별검찰 활동,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삼권분립기능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최순실씨 국정논단 청문회과정을 지켜보는 이는 허탈감에 사로잡혔다. 충성형, 책임전가형, 잠적형, 덮어놓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꼴이 가관이었다. 대통령을 보필하는 국정의 엘리트 부류들이 아니던가.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반성의 기미조차 엿볼 수 없었다.

임금을 우롱하는 법과 원칙 앞에서 확고한 인생 철학을 관철한 신하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화체육관광부 50대 서기관의 ‘영혼 지킨’ 보도내용은 신선한 기사였다. 직속 상관 김모 차관의 협박성 지시를 무릅쓰고 ‘최순실 예산’을 끝내 거부한 용단은 정의를 실현한 공직자 상이었다.

삼강(三綱)이란 사람과 사람 간의 지켜야 할 세 가지 기강(紀綱)으로서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위부강(夫爲婦綱)을 말한다.

임금은 신하의 벼리가 되고 아버지는 자식의 벼리, 남편은 아내의 벼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벼리(綱)란 그물의 주된 줄을 말한다. 기(紀)란 강(綱)에 붙은 그물의 작은 눈(目) 줄기다. 그물의 벼리가 팽팽하게 있을 때는 작은 눈들도 제자리를 지키며 그물의 기능을 드러내지만, 벼리가 늘어지면 작은 그물눈이 제 기능을 다 할 수 없다. 그러니 벼릿줄의 상태에 따라 그물의 역할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군(君)은 신하(臣) 위에 군림한다는 뜻이 아니다. 벼리가 그물의 눈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역할일 뿐이고 그물의 일부임에는 다 같은 원리다. 조직사회에서는 불가분의 관계가 아닌가. 역할만 다를 뿐 동등한 인격체다. 지도자가 제구실을 못 하면 조직의 기강이 제대로 서겠는가. 그 피해는 오롯이 조직원의 몫이다. 부자간, 부부간의 경우도 같은 이치다. 21C 과학 문명시대에도 이 원리는 불변의 진리라 할 수 있다.

오륜(五倫)은 동양에서 전통윤리의 핵심이다.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인륜 중에서 가장 큰 다섯 가지 인간관계를 말한다. 먼저 부자유친(父子有親)이라 했다. 즉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천륜(天倫)이라 해 오륜 중 첫째로 꼽는다.

둘째 군신유의(君臣有義)다. 군(君)이란 국가의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나 수상이고 신(臣)은 보좌하는 공직자를 말함이다. 임금이나 신하 간에는 정의로움이 평등한 윤리라야 한다.

셋째 부부유별(夫婦有別)이다. 일상에서 남편은 아내 이외의 여자를 구별하고 아내 또한 남편 이외의 남자를 구별해서 대하라는 말 같다. 호혜 정신이 묻어 있다.

넷째 장유유서(長幼有序)다. 연령이 다른 계층 간의 관계 규범을 말한다. 능력과 업적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장유의 질서도 조화롭게 지킨다면 인륜 도덕이 넘치는 사회가 이룩될 성싶다.

끝으로 붕우유신(朋友有信)이라 했다. 벗과 벗 사이에는 믿음(信)이 있어야 한다. 서로 비등한 처지의 윤리는 신의요 신뢰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선(善)해야 한다. 불선(不善)하면 부자지간, 형제지간에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한다.

공자께서는 군군(君君), 신신(臣臣), 부부(父父), 자자(子子)라 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성인의 가르침 아닌가. 삼강오륜, 봉건유제(封建遺制)가 아니라 선조의 얼에 다름 아니다.

정유년 벽두다. 인륜과 도덕을 성찰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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