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의 역설’ 되풀이되지 않기를
‘풍년의 역설’ 되풀이되지 않기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조문욱 편집부국장 대우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금수강산에 풍년이 왔네/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좋구 좋다/명년 춘삼월에 화전놀이 가세.”

민요 풍년가이다. 풍년은 농작물을 자식처럼 키우는 농부들의 꿈이자 희망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풍년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농작물인 쌀의 경우 수년째 풍년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벼 풍년으로 쌀값이 20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폭락하는 ‘풍년의 역설’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공비축용으로 사들인 지난해산 쌀 40㎏ 한포대당 확정 가격은 4만4140원이다.

쌀 재배농가들은 지난해 정부로부터 우선지급금으로 미리 받았던 포대당 4만5000원 가운데 860원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농정 초유의 사태라는 평가다.

1년 동안 정성들여 기른 농산물이 풍작이면 농민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고 가계 형편은 나아져야 하는데, 농민들의 한숨소리만 커지고 주머니는 흉년인 셈이다.

타 지방 벼 재배농가들이 지난해 풍작으로 어려움을 겪는 반면 제주지역의 월동채소는 ‘흉년 속에 풍요’를 누리고 있다. 월동무, 양배추, 당근 등 주요 월동채소들이 유래 없이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출하가 시작된 양배추의 경우 8㎏ 망사당 대도시 도매시장의 평균가격은 지난해 12월 중순의 경우 1만2716원(전년 같은 기간 3200원)에서 최근에는 1만1000원대(전년 동기 5468원)로 예년에 비해 갑절 이상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당근(20㎏) 역시 최근 가격이 3만4600원대(전년 동기 1만8267원)로 지난해 12월 7만원대(전년 동기 1만8000원)에 비해 많이 내렸지만 전년보다 갑절 이상 높은 가격이다. 월동무 역시 지난해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 파종한 제주지역 당근, 양배추, 월동무 등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은 흉작으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들 월동채소 파종 시기에 제주지역에는 폭염과 극심한 가뭄으로 발아율이 크게 떨어졌고, 당근 폐작지에 대체작목으로 심은 월동무는 파종시기가 늦어지면서 생육과 작황이 예년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생육기인 10월에는 태풍 ‘차바’가 제주를 강타하면서 월동채소류 성장에 큰 타격을 입히며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타 지방 쌀 농사는 풍년으로 농가들이 빈곤을 겪는 반면 제주의 월동채소 재배 농가들은 흉년 속에 풍요를 누리는 정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지역도 몇 해 전까지 육지부 쌀 풍년처럼 농작물 과잉생산으로 여러 차례 유통 처리난을 겪은 기억이 있다.

2009년 양배추 파동으로 공무원은 물론 농협 및 각 기관 단체에서 양배추 사주기 운동을 전개했었다. 2011년에는 양파 과잉생산으로 역시 범도민적인 양파 사주기 운동을 전개했었다.

각 가정마다 이곳 저곳에서 들어온 양배추나 양파 망사로 부엌이 가득할 정도였다.

감귤과 무 파동의 아픈 기억도 있다.

올해 지난해산 월동채소가 높은 가격을 받고 있지만 언제 또 과잉생산으로 유통 처리난을 겪을지 모를 일이다.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가 최근 제주에서 처음으로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열겠다며 ‘3UP(품질향상·부가가치 제고·유통채널 확대)-3DOWN(생산비용 절감·유통비용 절감·과잉생산 해소) 운동’ 전개 등 조직 역량을 총 동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농협과 행정, 생산자단체, 농민 등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풍년의 역설 등으로 생명 산업인 농업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