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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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섭. 시인/수필가
얼마 전에는 한라산과 마을에도 많은 눈이 내려 한겨울이었다. 동장군이 심술을 부리는 모양이다. 이른바 꽃샘추위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글이 있다. 봄은 왔지만 날씨가 봄 같질 않다는 뜻이다. 요즘에 딱 들어맞는 얘기인 것 같다.

정치 문제로 어느 하루 조용한 날 없으니 마음까지도 움츠러들게 하는 느낌이 든다.

겨울의 끝자락을 아쉬워하는 꽃샘추위는 꽃의 수명을 더 오래가게 한고 한다. 계절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도 꽃샘추위가 있다. 인생의 가시밭길을 지나야 봄이 오는 것처럼 추위와 더위도 한때뿐이다.

꽃샘추위가 물러난 자리에 오는 봄은 더욱 찬란하다. 여기저기 산새소리가 지저귀고, 바야흐로 꽃들의 축제가 시작된다. 샛노란 유채꽃이 봄바람에 하늘거리며 드넓은 제주의 들판을 노란 물결로 수를 놓는다.

어디 그뿐인가. 모진 하늬바람을 이겨내며 맞섰던 벚나무가 삼월을 맞으며 연분홍 웃음 띠며 꽃이 피는 채비를 갖춘다.

나무와 꽃들은 저마다의 자기다운 꽃을 피우리라. 꽃은 그 누구도 비교하거나 닮으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의 개성만으로 조화를 이루어 사람들에게 분수에 맞는 삶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는 개나리답게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된다. 꽃들은 이처럼 서로 비교하려 들지 않는데, 사람들은 자기와 남을 색깔로 비교하며 힘들어한다.

하긴 꽃 중의 꽃, 향기를 내뿜는 꽃으로는 한겨울 척박한 땅, 담돌 틈새에 핀 수선화 그리고 늦가을 들녘에 핀 들국화 이상 없다. 사람은 사람다운 냄새를 내뿜을 때만이 이 사회가 밝아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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