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구상권,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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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논설위원

해군이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공사 지연을 이유로 개인과 단체 등을 상대로 34억여 원 상당의 구상권을 행사한 지 거의 1년이다. 국가재정 손실에 대한 금전적·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다. 공사방해로 국민세금을 낭비했으니 해당 행위자들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에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 온 측과 일부 정치권이 구상권 청구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공사지연 책임이 해군에게도 있다는 입장이다. 주민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공사가 강행되어 갈등이 야기되었고, 그 결과 공사지연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갈등해소에 앞장 서야 할 해군이 구상권 청구로 갈등을 오히려 더 키웠다는 지적도 한다. 현재 정부와 해군은 적법하게 행사된 구상권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기지건설을 둘러싸고 발생한 갈등이 10년 넘게 반복되는 양상이다. 그간 행태를 보면 현지로 주소까지 옮긴 원정 시위꾼들 책임이 가장 크다. 해군을 환경 파괴범,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로 공격하는 등 갈등의 확대 재생산에 골몰해서다. 해양안보는 물론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는 데는 별 관심도 없다. 범법자 양산 등 갈등으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으로 남아 있다.

제주해군기지는 왜 중요한가. 1993년 제주해군기지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래 기지건설은 역대 모든 군 통수권자들에 의해 추진된 핵심 국책 사업이다. 평화의 섬을 선포한 고 노무현 대통령조차 ‘비무장 제주평화의 섬’을 언급한 바 없으며, 해군기지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주해군기지는 해양안보와 국익수호의 거점으로서 그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크다. 동서남해를 감시할 수 있는 길목에 있으며 유사시 전 해역에 전력을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어서다. 또한 한국은 수출입 물량의 99% 이상이 남방해역을 통과하는 만큼, 이 해역의 안전이 절대 필요하다. 이어도를 연계한 배타적 경제수역(EEZ) 보호에도 필요한 기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구상권 갈등에 더하여 기지의 남측 방파제에 대한 군사보호구역 설정 문제로 충돌하고 있다. 마을을 오가는 장병과 군인가족들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에 접근할 것인가? 갈등을 접고 상생으로 모두가 ‘윈윈’ 하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물론 불법행위로 국가재정에 손해를 입혔으니 해당자들에 대한 구상권 행사는 법적으로 맞다. 법집행이 추상같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주장도 옳다. 공사와 작전을 방해한 원정시위꾼들에겐 법의 엄정함을 일깨워줘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이제는 갈등의 상처를 봉합할 치유가 우선이란 생각이다. 한발 물러나 반대 측 목소리에 한 번 더 귀 기울이고,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고 민과 군이 화합하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 때문이다.

기지건설에 찬성한 주민들도 구상권 문제를 전향적으로 봐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마을 공동체를 옛날처럼 회복하자는 간절함 때문이다.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할 해군과 정부로서도 이를 외면할 수만은 없지 않는가. 제주해군기지가 지역경제 활성화 및 21세기 민군관계의 성공모델이 되도록 지혜를 모으자.

우리 해군이 먼저 나서자. 그 첫걸음이 구상권을 넓은 마음으로 재검토하는 일이다. 찬반을 떠나 주민들도 국가안보를 생각하고, 군시설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화답하면 된다. 이제 민군복합항이 성공할 수 있도록 이해 당사자 모두 관용과 지혜를 함께 발휘해야 할 때다. 미국 샌디에이고나 하와이 군항, 호주 시드니 군항, 프랑스 툴롱 군항을 뛰어넘는 세계적 휴양·관광지 군항으로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대양을 항해 끊임없이 밀고 나가는 강정천처럼 미래를 향해 함께 거세게 도전하자. 후손들을 위해 오늘 내일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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