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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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세한도(歲寒圖)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제주에 유배 중 그린 그림이다.

한 겨울 초라한 집 한 채와 소나무 몇 그루가 그려져 있는 이 그림은 문인화의 대표작으로 인정받아 국보 180호로 지정됐다.

▲이 그림은 추사 선생이 권세를 잃고 대정현에 위리안치돼 힘든 유배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중국에서 구한 귀한 책들을 보내주며 교류를 끊지 않고 계속 도움을 준 제자 이상적의 의리에 크게 감동해 선물로 그린 것이다.

작품명은 추사 선생이 논어에 실려 있는 글,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날이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더디 시듦을 안다)’에서 따다 붙였다.

세한도에 적어 놓은 추사 선생의 글이다. “권세와 이익만을 좇아 따르는 것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풍조다.(중략) 사마천이 말하기를 ‘권력과 이익을 좇아 모인 사람은 그것이 사라지면 멀어진다’고 했는데, 그대도 세간의 한 사람일진대 어찌 그리 초연한가.(중략) 공자가 ‘날이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잎이 더디 시듦을 안다’고 했듯이, 송백은 사시사철 시들지 않는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도 송백이요, 추운 겨울이 온 후에도 마찬가지로 송백인데, 성인은 특별히 한겨울 이후의 변함없음을 칭찬하였도다.”

권력과 이익만을 좇는 시대에 자신을 권력과 이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의리를 지킨 제자 이상적을 한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며 칭찬한 것이다.

▲‘법꾸라지’라는 별명은 얻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또다시 법망을 빠져 나갔다.

특검이 신청한 우 전 수석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22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특검 조사에서 우 전 수석은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밑으로 내리고, 밑에서 보고가 올라오면 위로 올리는 가교 역할만 했을 뿐”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겼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권력과 이익을 좇아 모인 사람은 그것이 사라지면 멀어진다”는 사마천의 말이 우 전 수석에게 정확히 들어맞는다.

박 대통령에 의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에 올랐지만 자신만 살려고 주군에게 책임을 전가한 우 전 수석.

일개 역관에 불과했지만 한평생 스승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지 않은 이상적과 너무나 극명하게 대비된다.

▲하지만 어쩌랴.

제자는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신하는 주군에게서 배우며, 스승과 주군의 품격 차이가 아랫사람들에게 그대로 이어졌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세한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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