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1년 임피제 신부와 4-H청년회원들이 테쉬폰을 건립하는 모습.

제주에만 있는 이색 건축물로 ‘테쉬폰’이 있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남아있는 테쉬폰은 합판을 곡선 형태의 텐트 모양으로 말아 지붕과 벽체의 틀을 만들어 고정한 후 가마니를 덮고 시멘트를 덧발라 만들었다.

이라크 바그다드 근처 테쉬폰(Cteshphon)이라는 곳에서 이 같은 아치형 궁전이 세워져 건축물의 기원이 됐다.

국내 최초 설계자이자 건축가는 ‘푸른 눈의 신부’이자 ‘돼지 신부’라는 애칭이 붙은 임피제 신부(89·본명 패트릭J. 맥그린치)다.

가난한 농부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1961년 금악리 성이시돌목장에서 짓기 시작했다.

이 건물은 내부에 기둥이 없어 시공이 빠르고 자재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특히 건물의 하중을 고루 분산시키는 아치형에다 지붕은 곡선형이어서 바람이 강한 제주에 적합했다.

그러나 반세기 전 기둥이 없는 집을 처음 본 아이들은 완성된 건물에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임 신부는 지붕에 울라가 쿵쿵 뛰며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테쉬폰은 방과 작은 거실, 부엌, 수세식 화장실이 달려 있어서 지금으로 치면 원룸형 주택에 가까웠다.

4·3에 이어 6·26전쟁을 겪은 60년 전의 제주는 폐허나 다름 없었다.

임 신부는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어미 돼지가 낳은 새끼를 개척농가에 나눠줬고, 분양한 돼지가 커 나중에 새끼를 낳으면 다시 한 마리를 반환하게 했다. 이게 성이시돌목장의 시초가 됐다.

 

   
▲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성이시돌목장에 남아 있는 테쉬폰은 개척농가 주택으로 지어졌다.

그는 4·3으로 인해 헐벗고 굶주린 과부들이 넘쳐나면서 목장 사무실용으로 지은 돌집에 데려다 보살펴줬다. 방이 부족해 붙이고 또 붙여서 기형적인 모양의 돌집이 됐다. 이 집은 성이시돌요양원의 시초가 됐다.

1954년 스물다섯 살의 청년 신부는 이역만리 떨어진 아일랜드에서 제주로 건너 왔다. 그는 평생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왔다.

90세를 목전에 둔 그는 걷기도 힘들어졌지만 지난 18일 평전 발간 기념식에 참석, 임종을 앞둔 가난한 이웃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성이시돌복지의원(호스피스병원)은 불치병과 암으로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제일 불쌍한 환자를 위한 곳입니다. 후원회원들이 있지만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죠. 힘을 모아주세요.”

좌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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