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2001년부터 3년간 66억원이 투입돼 매립지 정비 사업이 진행됐다. 그때 매립이 종료된 쓰레기층 위에 차단층(45㎝), 배수층(30㎝), 식생대층(60㎝)이 설치되는 등 모두 1.35m가 복토됐다. 침출수와 유해가스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후 인조잔디 축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게이트볼장, 놀이시설 등을 갖춘 생활체육공원이 조성됐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났다. 과연 미리내공원 땅 속 상황은 어떠할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제주시가 최근 땅을 파봤다. 그 결과 지력(地力)이 크게 떨어진 ‘쓸모 없는 땅’으로 전락했다. 비닐 및 플라스틱 등 썩지 않은 쓰레기 더미가 무더기로 나왔기 때문이다. 땅속의 흙 또한 검게 변해 있었다. 그야말로 ‘죽음의 땅’이 돼 버린 셈이다.
특히 종이와 목재 등 불에 탈 수 있는 쓰레기는 화학작용을 거쳐 유해한 유기물이 생성돼 질소와 탄소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거기에다 유해가스가 배출되면서 지반이 미세하게 침하되고 있다고 한다. 축구장 관중석과 조명탑, 공중화장실 등을 설치하지 못한 까닭이다.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이다. 미리내공원이 시민들이 즐겨 찾는 체육공원이자 쉼터이기에 더욱 그렇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리내처럼 사용이 끝난 쓰레기 매립장이 많아서다. 현재 도내엔 온 섬을 돌아가며 모두 29곳의 매립장이 조성됐다 그중 20곳이 만적돼 매립이 종료됐다. 대부분 소각설비에 다이옥신 저감기술이 없었던 1970~1980년대에 건립돼 단순 매립 방식으로 쓰레기를 파묻은 곳이다. 이곳들 역시 ‘썩은 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미리내공원 사례는 단순 매립에 의존하는 쓰레기 처리 방식에 경종을 울린다. 철저한 위생 매립, 쓰레기 소각 확대 등 쓰레기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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