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 들불축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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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저녁노을 지고 달빛 흐를 때/ 작은 불꽃으로 내 마음을 날려 봐/ 저 들판 사이로 가며/ 내 마음의 창을 열고/ 두 팔을 벌려서 돌면/ 야 불이 춤춘다/ 불놀이야~/ (중략) / 저 하늘로 떠난 불꽃을 보며/ 힘껏 소리치며 우리 소원 빌어 봐/ (중략)’ 1980년대 히트곡 홍서범의 ‘불놀이야’가사 중 일부다.

불과 관련된 놀이나 축제를 할 때 한 번쯤 불러보는 가요다. 그만큼 불놀이의 서경(敍景)과 의미를 잘 표현하며 당시 청년들의 심정을 대변한 터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솟아오르는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지기에 젊은 감각에 부합된다. 까만 어둠속의 불꽃은 그야말로 희망, 그 자체다.

▲곧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이다. 매년 이 즈음에 제주의 오름이 붉게 타오른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오름 하나를 시뻘겋게 물들이는 불놀이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 장소는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원이다. 고려시대 최영 장군이 제주에서 갖은 횡포를 일삼던 몽골의 목호(牧胡)군을 토벌했던 역사적인 곳이다.

축제의 정식 명칭은 제주들불축제다. 올해는 2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5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벌써 20회째로, 이제 어엿한 성년(成年)이 된 셈이다. 축제의 주제가 ‘들불의 희망, 세계로 번지다’로 정해지며 예년보다 ‘불’과 관련한 프로그램이 대폭 강화된 이유다. 대한민국 대표 축제를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들불축제는 제주의 옛 목축문화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발전시킨 문화관광축제다. 불놀이를 즐기며 올 한 해 혹시 닥칠지 모를 모든 액을 태워 없애고 모두 복을 받자는 게 축제의 모토다. 그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우수축제 등에 단골로 선정됐고, 대한민국 축제콘텐츠 축제관광부문 대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우리나라 유일의 불축제로 관광객 유치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름대로 일조를 하고 있다. 연인원 35만명이 넘는 관광객과 도민들이 축제장을 찾으며, 300여 억원에 달하는 지역경제 창출효과를 거두고 있는 거다. 1997년 첫 회 개최 당시 관람객이 1만3000여 명에 불과한 마을축제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들불축제가 오늘에 이르게 된 데는 고(故) 신철주 북제주군수의 공이 지대하다. 고인은 1994년 30대 관선 군수를 시작으로 31ㆍ32ㆍ33대 민선군수를 3번 역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냈다. 그때 필자는 출입기자로 그 과정을 생생히 지켜봤다. 그러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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