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수매로 감귤 썩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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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농민단체, 감귤협의회는 지난 21일 도청 대강당에서 연석회의를 갖고 2002년산 저장감귤 ㎏당 200원씩 9만7000t을 3일 뒤인 24일부터 수매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었다.

그럼에도 행정기관과 농협 등의 준비 부족으로 수매가 늦어지면서 상당량의 저장감귤들이 하루가 다르게 썩어가고 있어 또 다른 형태의 감귤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당초 행정 당국과 농협은 수매가격 및 수매물량 등이 감귤농가와 조기 합의될 경우 지난 20일까지 신청을 받아 21일부터 곧바로 사들인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당국과 농민 간의 의견 대립으로 가격과 물량 합의가 늦어짐으로써 수매 시작도 21일에서 24일로 연기되었었다. 그런데 다시 문제가 생겼다. 농가별 물량 배정이 안 됐다는 이유로 수매 착수가 25일로 지연되었다가 이번에는 행정기관.농협 간의 현장 확인에 따른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정이 다시 연기되었다고 한다.

이제 3월도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감귤이 날짜를 다투면서 썩어가는 계절이 눈앞에 닥친 것이다. 2002년산 저장감귤을 사들이기 시작하더라도 수매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보름 정도 걸릴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견해다. 따라서 이 기간 엄청난 양의 감귤이 썩게 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당국이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감귤수매는 크게 늦어지고 있고, 그만큼 부패감귤도 엄청나게 불어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농협이나 행정기관이 심하게 부패한 감귤까지 사들일 것 같지도 않다. 창고에서 썩어가는 감귤을 바라보는 농민들은 이래저래 한숨뿐이다. 부패과 수매 문제를 둘러싼 농민과 당국 간의 마찰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감귤농가들은 3월 들어 따뜻한 날씨가 계속될 경우 저장 중인 감귤 수매가 끝날 때 쯤이면 부패율이 최대 50% 안팎까지 이를 수 있다며 걱정들이다. 사실 농민들의 이러한 걱정은 엄살이 아니다. 이는 농협이나 행정 당국도 수긍이 가는 일인 줄 안다.

이미 9만7000t을 사들이기로 합의한 이상 농협과 자치단체들은 행정력과 조직력을 충분히 동원해서 하루라도 빨리 저장감귤 수매를 매듭지어야 한다. 물론 단기간에 10만t 가까운 많은 물량을 신속히 사들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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