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愛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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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애국(愛國)은 쉽게 말해 자기 나라를 사랑하는 거다.

보통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애국주의가 발현된다. 일제강점기에 많은 애국자가 나온 게 그런 맥락이다. 빼앗긴 주권을 되찾겠다는 일념이 애국자를 많이 배출한 것이다. 시민이 보다 행복한 삶을 갈구할 때도 애국주의가 등장한다. 1987년 민주화는 직선제 쟁취를 외치며 뛰쳐나온 수많은 애국시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요즘 세상은 어떤가. 한쪽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기치 아래 오랜 기간 촛불을 켜 들고 있다. 다른 한편 역시 이 나라가 좌경화되는 걸 묵과할 수 없다며 태극기를 들고 섰다.

다행히도 생각이 전혀 다른 수십만 명이 한 공간에 대치하면서도 아무런 불상사가 없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세계에 당당하다.

▲엊그제는 98번째 맞는 삼일절이었다.

기미정신을 본받는다면 뭔가 매듭지어져야 하건만 98년 전과는 달리 국론이 찢긴 상황이다. 태극기와 횃불로 저항했던 선조들 보기가 부끄러운 날이 돼버렸다. 공론이 심하게 분열됐을 뿐 아니라 이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다.

삼일절에 나라의 상징인 태극기를 놓고 어떤 일이 벌어졌나. 지방정부마다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태극기 퍼레이드를 펼치는 게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로 오해받을까 봐 그랬단다.

한 광역시는 태극기 나눠주기 행사를 취소했고, 어떤 구청은 행사장에 국민의례에 쓸 태극기 외에는 비치하지 않았단다. 제주에서도 국경일이면 늘 펄럭이던 태극기가 주요도로 외엔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태극기는 특정 세력의 상징이 아니라 온 국민의 것인데도 말이다.

▲우리에겐 한때 나라를 사랑할 수 있는 자유조차 없던 시절이 있었다. 일본 경찰에게 모진 고문을 받던 한 소녀는 이렇게 소리쳤다. “당신들은 애국심을 최고의 덕목으로 가르치면서 왜 우리에게는 애국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는가.” 그때 그 소녀의 뜨거운 외침을 생각하면 오늘날 선열들 뵐 낯이 없다.

생각컨대 나라 사랑하는 일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은 듯싶다. 자신이 처한 현실이 아무리 작고 초라해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애국의 첫걸음이 아닐까. 요즘의 상황에선 헌재의 공정한 진행에 동의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거다. 수습은 뒷전인 채 승리의 가마만 타려다간 증오와 분열이라는 가시방석에 앉게 될 게 뻔하다.

화합과 포용, 양보의 길을 찾고 제시하는 게 곧 애국의 길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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