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공화국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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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부국장
절기상 경칩(驚蟄)이 지났지만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는 올해도 여지없이 찾아왔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연말과 크리스마스의 낭만도 사라지고, 해가 바뀌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마저 편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없었던 겨울공화국이 끝나고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컸지만 여전히 봄이 오는 것이 못마땅한 겨울공화국은 끝자락 추위를 붙잡고 있다.

꽃샘추위는 봄철 한랭 건조한 시베리아 고기압이 일시적으로 확장하면서 북서 계절풍이 불어와 기온이 내려가는 현상이다.

이른 봄이 되면 겨울 동안 맹위를 떨치던 시베리아 고기압이 후퇴하고, 시베리아 기단에서 분리돼 나온 이동성 고기압과 중국 대륙에서 발생한 온대성 저기압이 3~4일 간격으로 교대하며 우리나라를 통과한다.

고기압이 통과할 때는 날씨가 맑고 기온이 올라가며, 저기압이 통과할 때는 봄비가 내려 식물은 싹이 트고 꽃봉오리를 맺는다.

하지만 이 기간 여지없이 한랭한 시베리아 기단이 세력을 회복해 꽃샘추위를 이끌고 온다.

호락호락 봄을 내주지 않는 것이다.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10·26사건으로 유신체제가 막을 내리고, 같은 해 12월 12일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에 의해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가 단행되기 전까지를 우리는 흔히 ‘서울의 봄’이라고 부른다.

이전까지 유신독재로 정치적 암흑기를 걷던 한국사회가 10·26을 계기로 암울한 ‘유신 터널’을 빠져나와 새로운 민주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넘쳤다.

그러나 봄이 너무 쉽게 올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서울의 봄’은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와 함께 민주화를 열망하던 광주시민들이 무참히 학살되면서 비극적인 막을 내렸다.

봄은 결코 쉽게 오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겨울공화국은 금방 끝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계절의 자락을 길게 늘려 지금의 세상을 이어가려는 누군가에 의해 연명하고 있다.

국민들은 빨리 봄이 오길 기다리고 있지만 이를 시샘하는 꽃샘추위는 녹록하게 봄을 내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겨울공화국을 달리던 탄핵열차는 이제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겨울의 끝자락을 놓지 않으려는 누군가에 의해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늘 언제나 그랬듯이 꽃샘추위는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우리 곁에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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