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가르치는 어른
거짓말 가르치는 어른
  • 제주신보
  • 승인 2017.03.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세상 ‘키움학교’ 대표

오래 전 이야기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테이블 두 개 건너 쪽에 30대 여성 세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한낮인데도 맥주 병이 세 개나 놓여있었다. 아이도 같이 있는데다 보수적인 내가 보기엔 그리 좋아보이지 않은 모습인데 잠시 후 더 민망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마 그 세 사람 중에 한 사람인 듯하다.

 

“응, 엄마가 어느 이모가 아파서 병원에 와있는데 지금 집에 갈 수가 없어. 어린이집 기사 선생님이 00언니네 집에 내려줄 테니까 거기 가 있으면 데리러 갈게.”

 

그러자 아마 아이도 병원에 가겠다는 말을 한 건가보다.

 

“아니야, 00도 오면 주사도 맞아야 하고 아프니까 엄마 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그럼 엄마가 가서 맛있는 거 사줄게.” 한다.

 

그리고는 다시 어딘가로 전화를 해서 “언니, 나 지금 아이 마중할 수 없으니까 언니네 집으로 데려다 주기로 했어. 아이 맡아서 같이 있어줘.” 하고 끊고는 다시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같이 이 상황을 같이 지켜보는 아이한테 할 말이 없었다. 어른들이 이렇게 걸핏하면 거짓말을 하는 줄 알고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아이가 먼저 입을 뗀다.

 

“엄마, 저 아줌마 정말 웃긴다. 여기서 술 마시며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아이한테는 병원에 있대. 말이 돼?” 한다. 물론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그럴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부득이 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아이한테 그런 식으로 변명하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꼭 어른이 하는 말만 듣고 배우는 건 아니다. 어른들이 하는 행동, 생각 등도 보고 배우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도 내 아이는 이렇게 나를 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왕이면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는 없었을까? 물론 솔직하게 이야기하려면 자녀가 보기에 조금 민망한 모습은 지양해야 할 수도 있다.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내 아이가 알면 불편하기에 거짓말을 선택하기보다 그런 일은 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식사 시간이 좀 길어질 수도 있다. 거기다 반주로 맥주 한 병 정도 마셨다면 거기까지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00야, 엄마에게 아주 소중한 친구, 00이모가 있는데 그 이모를 오랜만에 만났어. 반가워서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조금 늦어졌네, 빨리 가려고 노력할 테니 그 동안만 00집에 가서 기다려줄래.” 하고 말이다. 그러려면 조금 아쉽더라도 도에 지나친 음주는 삼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식을 키우는 일은 그래서 더 어렵다. 먼저 당당한 부모가 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