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가슴 앓는 노형 하나로유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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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사회부장
제주시농협(조합장 양용창)은 규모 및 실적면에서 전국 1131개 단위조합 가운데 최상위권인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조합원 1만690명, 임직원 564명, 본점 외 지점 16곳, 하나로마트 2곳, 주유소 3곳, 농산물공판장, 산지유통센터 등을 거느리고 있다. 올해 1월 도내 농·축협 최초로 상호금융 대출금 1조원을 돌파했다. 이를 볼 때 제주시농협이 기여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200억원을 들여 2015년 5월 신제주권에 유일한 매장으로 문을 연 노형 하나로유통센터만 죽을 쑤고 있다. 개장한 그 해 20억원, 지난해 30억원의 적자를 봤다. 150대를 수용하는 주차장과 에스컬레이터를 갖춘 하나로유통센터 길 건너에는 뜨란채, e편한세상, 중흥에스클래스 등 브랜드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다. 고객층은 무궁한데 적자가 나는 이유는 농수축산물만 판매하고 있어서다.

뜨란채아파트에 살면서 주말마다 장을 보는 동창생 부부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주차하기가 힘들어서 덜 붐비는 하귀농협 하나로마트에 간다고 했다. 도로 하나를 두고 노형 하나로유통센터가 있지만 라면·맥주·티슈·샴푸 등 생필품을 팔지 않아서 차를 몰고 애월읍에 있는 하귀 하나로마트로 간다는 것이다. 인구 3만명이 넘는 노형 신시가지·월랑마을·원노형마을을 배후에 둔 이곳을 주민들이 많이 찾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노형 하나로유통센터(건축연면적 8577㎡)는 자연녹지에 들어서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자연녹지 내 근린생활시설(소매점)은 매장 면적이 1000㎡가 넘으면 안 된다. 골목상권을 잠식한다는 여론에 2013년 10월 제주시농협은 소상공인연합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생필품(공산품)은 팔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고객은 떠나고 적자만 쌓여가는 제주시농협 입장에선 냉가슴을 앓아왔다. 결국 여러 차례 제주시에 진정을 낸 결과, 2015년 1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회신을 받았다. 허가권자(제주시장)의 판단 아래 건축허가 범위 내에서 관계 법령을 검토, 별도의 칸막이와 출입구를 설치해 소매점을 만들면 생필품 판매가 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즉, 생필품 판매 여부는 전적으로 제주시장의 결정에 달리게 됐다.

그런데 1만 명이 넘는 조합원과 직원을 태운 양용창호는 더 큰 암초를 만났다. 제주시농협은 2년 전 하나로유통센터 준공 허가를 앞두고 교통난이 예상되는 삼거리 출입로(도로)를 사거리 교차로로 조성하겠다는 교통관리 이행계획을 제주시에 제출했다. 이 조건으로 제주시는 건축물 임시 사용승인을 내줬다. 건축법상 건축물의 임시 사용승인 연한은 2년으로 오는 4월 20일 만료된다.

양용창 조합장은 전력을 다해 유통센터 입구에 있는 사유지(과수원)를 매입해 사거리 교차로를 설치, 정식 사용 및 준공 허가를 받겠다고 했다. 그는 준공 허가가 나면 직원 40명을 채용하고, 150여 명의 소상공인들이 생산하는 제품을 입점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소상공인은 물론 지역상권에 있는 제주시오일시장을 지원해 서로 윈-윈하는 노형 하나로유통센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임직원들도 한목소리다. 대형마트는 지역자본이 역외 유출되지만 노형 하나로유통센터에서 이익이 나면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출자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했다.

덧붙여 농협법상 한 회계연도의 잉여금은 유보금으로 숨길 수 없어서 일자리 확대와 제주산 제품 구매로 이어져 지역사회에 환원될 수 있다고 했다.

제주시농협이 노형 하나로유통센터 입구를 정면으로 막고 있는 마름모꼴 모양의 사유지인 과수원(1520㎡·460평)을 매입해 교차로를 설치하는 일은 단순 공사가 아니라 사활이 걸린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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