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개민오름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가 펼쳐져 있는 듯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번에는 송당민오름(본지 지난 1월 20일자 9면)에 이어 봉개민오름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오름은 나무가 없고, 풀밭으로 덮인 민둥산이라 해서 붙여진 ‘민오름’이란 이름과는 사뭇 다르게 모든 비탈이 울창한 자연림으로 이뤄졌다.

 

그렇지만 제주에 있는 5개의 민오름 중 가장 높고, 면적 또한 제일 넓어 맏형으로 불린다. 게다가 생성된 이후 외형을 잘 보존한 오름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표고 651m, 둘레 3433m, 면적 58만1910㎡ 규모의 봉개민오름은 세모진 산머리가 승려들이 쓰는 고깔을 닮았다고 해 ‘무녜오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뒤쪽에 있어 ‘뒷민오름’이라 불리기도 한다.

 

언뜻 보면 말굽형처럼 보이지만, 주봉 안쪽 사면에 70m 깊이의 원추형 분화구를 갖고 있어 복합형으로 분류된다. 남쪽에 자리한 주봉으로 서너 개의 자그마한 봉우리가 완만하게 기복을 이루며 북동쪽으로 뻗어 있다.

 

오름은 이름 그대로 제주시 봉개동에 광활한 자태를 뽐내며 솟아 있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번영로를 지나 명도암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한 후 명림로를 따라 조금만 더 가면 오름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다. 소재지는 ‘제주시 봉개동 산 64번지 일대로, 터미널에서 16㎞ 떨어진 거리에 위치했다. 봉개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2007년 민오름~족은절물~큰절물을 잇는 트레킹코스를 개설한 이후 해마다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봉개민오름은 타이어매트와 목재계단이 적절히 섞여 있는 등 탐방로가 잘 정비돼 있다. 등산 초반에 경사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고 해서 깔봤다간 큰코다친다. 고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급경사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급경사를 어느 정도 수월하게 오르는 팁이 있다. 발끝과 무릎, 명치를 수직으로 일치시켜 이동할 경우 무게중심을 옮기기 쉬워 힘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 봉개민오름 정상의 모습. 오른쪽 멀리 한라산이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뽐내며 우뚝 솟아 있다.

가파른 산책로를 오르다 보면 어느새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허벅지가 제아무리 돌덩이처럼 단단하다 할지라도 터질 듯 아파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 이럴 때는 목재계단 옆에 설치된 밧줄을 잡고 조금 쉬어가도 좋다. 선선한 봄바람이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식혀줄 것이며, 맑은 공기와 자연의 싱그러움은 지친 몸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정상까지 성인은 대략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정상에 도착한 이들은 모두 ‘와’하며 감탄사를 쏟아내게 된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큰지리오름과 족은지그리오름, 교래휴양림이 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남서쪽엔 절물오름과 견월악이, 북서쪽에는 4·3평화공원이 자리해 있다. 저 멀리 한라산은 감히 범접할 수 없을 듯한 아우라를 뿜어 낸다.

 

하산할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신체의 무게중심이 높아 미끄러지기 쉽고, 무릎에 지속적인 충격이 가서다. 되도록 발바닥을 땅에 가볍게 닿게 하고, 무릎은 약간 굽혀 충격을 흡수시켜야 한다. 발이 앞으로 쏠려 발가락이 눌리거나 물집이 생길 수 있어 등산화 끈은 바짝 묶는 것이 좋다. 또한 급경사인 만큼 보폭을 좁히고, 속도는 늦춰야 한다.

 

   
▲ 봉개민오름은 목재계단과 타이어 매트가 적절하게 섞여 있는 등 탐방로가 잘 정비돼 있다.

봉개민오름은 특히 정상 등성이 일부에 뒤덮인 억새와 산죽(조릿대)을 앵글에 담기 위한 사진작가들의 포토 포인트로도 주목받고 있다.

 

어느덧 봄이 왔다. 한겨울 움츠렸던 마음도 제주 봄의 전령인 매화와 유채를 바라보며 활짝 펴지고 있다. 따뜻한 봄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지만, 자칫 신체리듬이 깨져 피곤해지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다. 이럴 때 오름을 오르며 땀도 내고, 정상에서의 탁 트이는 시원함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