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다’ 희망 안긴 주말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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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이겼다! 국민이 이겼다!’ 지난 11일 오후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 모인 제주도민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 구호다. 이날 이곳에선 스무 번째 촛불집회가 열렸다. 도민 2500여 명이 함께했다. 도민들은 전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소식을 반기는 축배를 들었다. 환호와 기쁨의 연속이었다.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며 4개월여 동안 이어진 온 제주의 촛불집회가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이날까지 무려 134일간이다. 물론 전국의 촛불집회도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헌정 사상으로 처음으로 민의에 의해 대통령을 파면하는 역사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고 말이다.

이 기간 매주 토요일마다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촛불이 활활 타올랐다. 도내에선 5만7000여 명이, 전국적으론 1600여 만명이 촛불을 들었다. 자발적인 참여였다. 도민들과 국민들은 집회기간 내내 대통령 하야와 퇴진을 요구하며 성난 민심을 표출했다. 때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매서운 칼바람과 눈보라, 차디찬 겨울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게 촛불집회는 우리의 광장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갔다. 국민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어떤 절대 권력도 민심을 이길 수 없다는 교훈도 남겼다. 그 과정서 ‘이게 나라냐’는 절망이 사라지고 ‘이게 나라다’라는 희망이 찾아왔다. 놀랍고 경이로운 일이다. 시위문화의 신기원을 열기도 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시위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가 바로 그 예다.

그러면서 끝까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폭력 사건 같은 불상사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거다. 시민의식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얘기다. 제주 촛불집회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작년 12월 4일 개최된 7차 촛불집회는 도내 시위 역사의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1만1000명의 도민이 참가해 단일 집회론 역대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게다. 당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와 주차장 일대는 끝없이 밀려드는 촛불로 미어터졌다.

이제 부당한 권력을 탄핵시킨 주말 촛불집회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향한 긴 여정의 시작이다. 그 사이 어느새 따뜻한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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