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봉과 별도봉에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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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수필가

시내 근접거리에 있는 사라봉과 별도봉은 시민들에겐 축복과 같은 곳이다. 관광객은 물론 많은 제주시민이 찾는 곳으로, 조깅이며 산책을 하거나 운동기구를 이용해 체력을 키울 수 있다. 무엇보다 노약자나 어린이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멀리 한라산을 조망할 수 있고, 북쪽 바다를 곁에 끼면서 가슴이 확 트인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볼 때면 창 쪽으로 서로 닮은 두 개의 오름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책길에서 만난 어느 여행자에게 닮은꼴 풍경이 인상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부두를 통해 입항하는 관광객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제주의 얼굴이기도 하다.

몇 년 전부터 소나무에 몹쓸 재선충 병이 번지더니, 사라봉과 별도봉에 적잖은 상흔을 남겼다. 지금도 치유되지 않은 채 진행형이다. 이러다간 이곳에서 소나무가 모두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무참히 잘려나간 자리는 이 빠진 자국같이 붉은 속살을 드러내 놓고 있다. 하늘을 우러러 울울창창했던 보림사 뒤쪽 소나무들의 빈자리가 점점 늘어 간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저들을 지켜 줄 대책은 없을지. 도에만 의지하지 말고 시민들이 관심으로 해결책을 찾아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한여름 시원한 그늘을 넉넉히 내려 주던 거송들의 고마움을, 그 길을 걷는 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일이다. 땀을 식히며 잠시 쉬어가던 빈자리에 안타까움을 토하는 것은 나만이 아니리라.

숲이 우거졌던 자리에 중장비 작업 차량이 들락거리며 지그재그 길을 내었다. 벌겋게 죽어 가는 소나무를 자르고, 잡목들조차 뽑혀나간 자리는 언제 회복이 될까.

북쪽 별도봉 산책길 바다 쪽으론 훼손이 더욱 심각하다. 한여름 폭우나 태풍으로 인해 토사가 흘러내려 사태가 날지 모른다.

오랫동안 일주일에 서너 번 이 길을 걷는 즐거움, 사계절 피고 지는 야생화며 나무의 특성을 소상히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내 길 위의 친구들이다. 쌀쌀한 바람을 마다하고 이른 봄에 피는 길섶의 작은 얼굴 산자고, 고목 벚나무에 흐드러지게 핀 연분홍 꽃구름, 장마철 꽃잎을 홀라당 뒤로 말아 넘기고 꽃술을 하르르 떠는 절벽의 참나리가 나를 설레게 한다.

가을은 또 어떤가. 늦가을 사위어 가는 풀숲을 노랗게 밝히는 산국의 향기며, 눈보라 치는 한겨울 하얗게 배를 뒤집으며 포효하는 광란의 바다는 장관이다.

애정이 깊을수록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안타까움이 크다. 붉게 헤집어진 속살에 무엇으로 치유를 해야 할까. 어떤 수종으로 어떻게 심어야 예전 모습으로 복원시킬 수 있을지.

봄이 오면 해풍에 잘 견디고 방풍림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무로 빈자리를 채웠으면 좋겠다. 사철나무로 꽃과 잎이 아름다운 동백나무는 어떨까.

몇 년 전 무릎 아래쯤 오던 산책로의 작은 동백나무가, 어느새 내 키를 훌쩍 넘어 붉은 꽃이 겨우내 피고 진다. 병충해와 염분에 강하고 붉은 꽃까지. 찾는 이들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여러 종류로 골고루 심어 동백 오름이 된다면, 먼 후일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동백 숲길을 걸으며 사색과 힐링의 명소가 되리라.

멀리 성산포에 가 있던 눈길을 댕겨 별도봉에서 해돋이를, 사라봉에선 사봉낙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사라봉과 별도봉에 꿈나무를 심어 희망을 키우는 일에 시민들이 나서서 뜻을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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