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좁은 섬이지만 한라산을 경계로 동서남북의 날씨가 서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서쪽에 비해 동쪽이 더 습하다.

연간 강우량도 고산은 1143㎜인데 비해 성산포는 1967㎜으로 더 많다.

이렇게 비와 안개가 많은 습한 동쪽 지역에 잘 자라는 제주 자생 한약재 중에 하나가 천남성이다. 한라산 동쪽에 위치한 사려니숲길을 걷다보면 장관을 이루는 천남성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한약재 중 하나지만 자연상태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그도 그럴 것이 천남성에 존재하는 독성 덕에 사람들의 손길을 피하게 된 것이다.

뿌리 부분(덩이뿌리)을 약으로 쓰는 천남성은 천남성, 둥근잎천남성과 두루미천남성 세 종류가 약전에 올라가 있다. 이 중 제주에 주로 많이 서식하는 종은 둥근잎천남성(Arisaema amurense Maximowicz)이다.

천남성은 반하와 모양이 비슷할 뿐 아니라 서식 조건도 반하처럼 비가 많은 습한 지역을 좋아한다. 사실 천남성과 반하는 같은 천남성과에 속한 유사 식물군이다. 모양도 비슷하고 특히 갈고리 모양의 독특한 꽃도 비슷하다. 그 크기가 반하에 비해 훨씬 크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천남성의 효능 또한 반하와 비슷하여 담음을 치료한다. 이 또한 반하에 비해 그 효능이 강하여 독성이 세다는 차이가 있다. 주로 완고한 담음 치료에 쓰이는 데 반하의 적응증보다 더 심한 경우에 쓰인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 중풍으로 인한 담음증상 즉 구금(口?, 입이 다물림), 반신불수, 구안와사 등의 중증 치료에 요긴하게 쓰인다.

반하와 마찬가지로 백반과 생강즙으로 수치를 하여 그 독성을 완화시킨다. 그래도 위험할 수 있어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으로만 쓸 수 있는, 주의해야 하는 약재에 속한다.

원래 독성과 약성은 동전의 양면이다. 모든 약이 독성을 발할 수 있다. 아무리 몸에 좋다는 물이나 비타민도 적정량을 넘으면 독이 된다.

예를 들어 75kg인 사람이 6L의 물을 갑자기 마시면 저염분화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 결국 얼마만큼 쓰느냐에 따라 독과 약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천남성도 독이 있으나 그 증상과 체질에 부합되게 그리고 적정량을 맞추면 생명을 살리는 요긴한 약이 된다.

며칠 전 몇몇 제주 한의사들을 중심으로 독의 임상적용을 연구하는 독의학회가 결성되었다. 기존의 입장에서 독은 주로 피해야 하고 해독해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독이었다. 하지만 근래들어 뱀독 등 독자원을 적극적으로 질병 치료에 이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주에서는 뱀, 지네, 천남성, 반하, 협죽도 등 독을 지닌 자원이 많다. 이 독자원을 연구하여 치료에 응용한다면 다양한 난치성 질환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제주의 장점은 청정자원을 활용한 예방의학적 차원의 치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고질적인 난치질환의 특화 치료도 가능하게 한다.

독의 의료적 이용은 고난이도 기술을 요한다. 그만큼 작은 양으로도 크게 쓰일 수 있는 지식 집약 산업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훼손없이 자연 그대로의 독을 소량으로 채취하기에 친자연적이고 친환경적이다.

물류 유통의 한계로 2차 제조업이 어려운 제주의 조건 속에서 친환경 지식산업은 제주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매우 적합하다 할 것이다. 한의약산업이 그 하나요 그 중 독을 이용한 한의약 치료는 그 꽃이라 할 수 있다.

천남성은 혐오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과 제주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소중한 제주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