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 ‘거래’가 아닌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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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부국장 대우
바야흐로 봄이다.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계절의 여왕 5월 9일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이른바 ‘장미 대선’으로 올 봄 기간 내내 전국이 시끌벅적할 판이다.

새 봄을 맞아 결혼시즌이 돌아오면서 직장인들의 지갑도 요동치고 있다. 한 직장인은 요즘 신문보기가 무섭다고 한다. 자신의 결혼과 부모 장례 때 주위로부터 받은 부조가 있기 때문에 혹신 자신에게 부조를 한 지인(知人)들의 경조사를 빠뜨릴까봐 신문 지면의 결혼광고나 부음소식 코너를 꼭 찾아보게 된다.

다행히 없을 때는 안도하지만 연달아 지인들의 경조사가 몰릴 때는 얇아져가는 지갑이 걱정이다.

일주일에 서너 군데 경조사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친분이 두터울수록 봉투에 넣는 돈의 액수가 커지다 보니 여간 부담이 아니다.

요즘처럼 결혼식이 몰리는데다가 직장동료에 사회생활 과정에서 알게 된 지인, 초·중·고와 대학 동창 선·후배의 경조사 및 개업, 돌잔치, 집들이 등을 모두 챙기려니 주말을 꼬박 할애해야 하고 경제적 부담에 허리가 휠 정도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SNS나 문자서비스를 통해서도 회원들의 경조사를 알리는 문자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린다고 하니, 청첩장과 부고는 ‘고지서’라는 말이 생겨나면서 부조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축하와 위로의 마음보다는 준 만큼 돌려받고, 받은 만큼 돌려주는 ‘거래’가 되고 있다. 경조사가 끝난 집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경조사 때 들어온 봉투를 확인하는 것이다.

누가 얼마를 넣었는지를 꼼꼼히 기록한 후, 상대방의 경조사 때 찾아보고 돌려주기 위함이다.

바쁜 일정 때문에 지인의 경조사를 찾지 못할 경우는 주위에게 부조 봉투를 부탁하거나 은행계좌번호 송금 및 인터넷 대행 서비스까지 생겨나다보니 진심어린 축하와 위로보다는 ‘거래’와 ‘대가’로 그 의미가 퇴색되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 경조사를 이웃끼리 서로 챙기는 관습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있어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조(扶助)라는 말은 서로 의지하고 돕는다는 뜻의 상부상조(相扶相助)에서 나왔다.

과거에는 이웃의 경조사에 지금처럼 돈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곡식이나 술 등 필요한 물품을 주거나 노동력을 제공하는 십시일반격의 품앗이 성격이었다.

어렸을 적 부모님께서 한 동네 이웃들과 경조사 시 ‘쌀 몇 되’ 등 현물로 부조하는 것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다. 이렇게 서로 돕는 품앗이 격 부조문화가 오늘날처럼 현금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1980년대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제주의 경조사 문화는 타 지방 사람들이 볼 때 혀를 내두를 정도로 유별나다.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이나 부조문화가 다 있지만 외국은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서구에서는 현금이 아니라 결혼식에서는 축하카드나 편지 및 향초, 찻잔 등 간단한 선물이고 장례식에는 꽃이나 과일을 준비하는 정도다.

이웃나라 일본의 축의금은 우리의 보편적 금액의 10배 안팎의 수준으로 상당히 많다. 대신 워낙 비싸기 때문에 꼭 필요한 사람만 초청한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많은 하객들이 찾아와 축하해주는 성대한 결혼식이 아닌 친척과 친한 친구 등 극소수만 초대하는 ‘작은 결혼식’을 치FM는 신혼부부들이 많다.

제주지역에서도 한 특급호텔에서 가까운 지인과 가족 친지들만 초청해 진행하는 소규모 결혼식 콘셉트의 상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주위에 얼마는 많은 부조를 해왔는데….”라며 본전 생각이 난다면 작은 결혼식 같은 풍토가 쉽게 자리 잡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고, ‘거래’로 변질되는 부조문화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애도하는 마음’이라는 본질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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