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마음 시린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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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준 한국문인협회 이사 작가/논설위원

연배가 많으신 분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애증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가난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켜 경제적 부흥을 이룩한 부친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에 대한 향수, 또는 부모를 흉탄에 잃은 애련한 감상에 박 전 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고 믿는다. 허나 독재 철권 통치하에서 저항을 하다 인권을 유린당하고 핍박을 받은 자들이나 실상을 아는 이들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닉네임 때문에 웬만해서는 호의를 보이지 않는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도 맹신하는 사람들은 박 전 대통령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 그가 한 푼이라도 사익을 취한 적이 있느냐. 왜 최서원이라는 이름 놔두고 촌스럽게 최순실이라고 하느냐. 이게 다 언론의 조작이고 야당의 모함이라고 항변했다.

그래서 억울한(?) 박근혜를 대신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옹호하는 글을 퍼 날랐다. 필자에게도 그런 글들이 여러 편 도착했다. 그중에는 야권 인사나 유명 종편 앵커를 희화화해서 비아냥거리는 글들도 있었고, 뉴스에 나온 것처럼 촛불 집회는 북한의 자금을 받은 자들이 김정은의 지령에 따라 움직인다는 황당한 글들도 있었다. 노동신문을 캡처하여 근거를 밝혔는데 이 모두 가짜 뉴스였다. 심지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측 대리인이라는 변호사가 이 가짜 신문을 태극기 집회에 들고 나와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며 선동하기도 했다. 검찰과 특검과 청문회 등을 통해 국정 농단의 구체적 증거와 증언이 나타나면서 가뜩이나 속상했던 맹신자들은 이를 보고 안도하고 분개하며 이웃들에게 가짜뉴스를 퍼뜨렸고 이를 듣는 시민들은 또 혼란스러워했다.

헌재에서 파면이 화정되자 이번에는 재판관들이 몇 백억씩 받았다는 말이 돌았다. ‘모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 라는 제목으로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해 노골적으로 나라를 북한에 가져다 바칠 빨갱이라는 비방 글도 나돌기 시작했다. 필자의 주변에도 박 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두둔하거나 동정을 보내는 이가 많다. 그에 대해 반박하거나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치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자리를 피하고 만다.

최순실 사태는 이미 소멸된 좌·우익 이념의 문제를 끄집어내고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국민을 분리했다. 내면화 되었던 인간 박근혜에 대한 호불호가 세상 밖으로 드러나면서 개인 간 갈등도 부추겼다. 51%의 지지를 보냈던 많은 시민들은 이미 대다수가 돌아섰는데도 지역에 따라 연령층에 따라 촛불 집회로 태극기 집회로 양분시켜 놓았다. 20여명이 구속되고 헌재의 판결은 내려졌지만 아직도 가짜뉴스에 현혹된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데 따른 최고 판결기관의 선고인데도 선하신 대통령이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당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이를 인정 못한다. 이는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국민에 대한 사과 한 마디 없는 박 전 대통령의 옹졸한 오기 때문이다. 그는 삼성동 사저에 돌아와 차창을 통하여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열겠다던 대통령 취임사 역시 허언이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지리라 믿는다’는 입장문을 통해 그는 결코 국민통합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만을 믿고 따르라는 투쟁과 분열의 메시지만 남겼다. 그 추운 겨울 광장에 나가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분노하고 태극기를 든 사람들은 아직도 거리에서 서성이고 있다.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배신당한 국민들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진정 어린 사과 한 마디는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 그게 지지했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봄이 오고 있다. 닫혔던 마음들을 열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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