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평가,장님이 코끼리 만지 듯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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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옥.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지난주 한 언론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를 근거로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확대되면 국내 농가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기사를 냈다. 요지는 한·미 FTA 발효 이후, 국내 농가의 소득이 증가했다는 것으로 전체 농가의 평균소득이 2015년 3722만원으로 FTA 발효 전인 2011년보다 23.4% 증가했고, 특히 축산농가의 소득은 4년 사이에 66.1%나 상승했다고 했다.

필자는 중요한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 평균 농가부채는 지난 2015년 2722만원으로 FTA 발효 전인 2011년보다 4.5% 상승했으나, 제주의 경우 2011년 3104만원에서 2015년 6185만원으로 99%나 증가했다. 특히 투자비용이 높은 축산업의 경우 조류독감과 구제역 등에 의한 피해를 감안할 때, 소득 상승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FTA가 무서운 이유는 협약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는 데다, 세율이 감소됨에 따라 수입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양허세율 적용이 완료된 이후에야 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피해를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FTA처럼 5년이 지난 시점에서의 평가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수치화가 어려운 간접피해까지 고려한다면, 살펴봐야 할 사항이 하나 둘이 아니다.

실제로 칠레와의 FTA를 분석해 보면, 체결 전 농수산물의 수입 규모는 5000만 달러 수준이었는데, 양허세율 적용에 따라 수입 규모가 증가해 2011년에 3억 1000만달러 규모로 6배 이상 증가된 점을 감안한다면, 단기간에 나온 수치를 가지고 FTA를 평가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른 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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