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과 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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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사회2부장
‘제주 해녀문화’가 지난해 11월 30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유네스코(UNESCO) 제11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19번째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공식 등재된 가운데 최근 ‘해녀’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되는 등 해녀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장비 없이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문화, 공동체의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잠수굿, 배위에서 부르는 노동요 해녀노래, 공동체 정신 등을 높이 평가했다.

문화재청은 해녀가 ▲제주도를 시작으로 오랫동안 한반도에 전승됐다는 점 ▲최소한의 도구만으로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기술이 독특하다는 점 ▲물질경험에서 축적된 생태환경에 대한 민속지식이 상당하다는 점 ▲배려와 협업의 공동체 문화 양식이 깃들어있다는 점 등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으로 해녀와 해녀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운데 정작 고령화로 인해 해녀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제주 해녀는 4377명으로 45년 전 1만4143명에서 65%나 줄었다. 연령별로도 70~79세가 1853명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한 가운데 60~69세는 1411명(32%), 80세 이상 487명(11%)으로 60세 이상이 86%다. 신규 해녀가 양성되지 않을 경우 100년 이내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해녀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간파한 서귀포시와 법환어촌계는 2015년부터 ‘법환해녀학교’를 운영, 신규 해녀 양성에 들어갔다.

법환해녀학교는 지난해까지 2기에 걸쳐 6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에 앞서 2008년 한림읍 귀덕2리 포구에서 문을 연 한수풀해녀학교도 지난해까지 도민 347명, 도외인 111명, 외국인 26명, 이주여성 6명 등 모두 490명이 수료하는 등 해녀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왔다.

하지만 법환해녀학교와 한수풀해녀학교에서 교육 과정을 이수해도 실제 해녀가 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법환해녀학교 졸업 후 2개월 동안 인턴(준계원) 과정을 거쳐 어촌계에 가입, 정식 해녀로 활동하는 인원은 지금까지 11명에 불과하다.

한수풀해녀학교의 경우 9년 동안 49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지만 신규 해녀로 진출한 인원은 법환해녀학교보다 적은 10명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교육을 받은 졸업생과 수료생들이 정식 해녀로 활동하지 못하는 것은 어촌계 가입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녀가 많지 않은 소규모 어촌계는 신입 계원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대규모 어촌계는 신입 계원을 받아들이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시의 경우 해녀 양성 사업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올해부터 신입생 선발 시 어촌계장 추천서를 받도록 하고 졸업생을 계원으로 받아주는 어촌계에는 탈의장 및 운영비를 우선 지원하기로 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했지만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해녀 문화가 후대에 길이 전승되기 위해서는 해녀 사회에서 후배 해녀를 양성하고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는 풍토가 선행돼야 한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 서문에서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만 못하고, 체력에서는 게르만인보다 못한 로마인이 그토록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까닭은 개방과 포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제국의 우산 아래 들어오고 싶어하는 민족이 있으면 언제든지 받아줬고, 로마 시민과 동등한 시민권을 줬기에 로마인들이 대제국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개방에 두려움을 갖는다면 해녀 문화가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깊이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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