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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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산악인 엄홍길의 말이다.

“내가 다시 도전하고 싶은 대상은 어떤 것인가? 나는 지금, 대자연 속에서 나와 사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중이다. 히말라야 8000미터를 38번이나 오르고도 그곳을 향하는 나는 산에서 사람과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38번의 히말라야 등정,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생사의 경계를 넘어 매순간 목숨 내놓고 그곳에 오른 것은, 히말라야를 38번 올랐기에 만난 사람들이 있어서였다.

목숨 걸지 않았더라면 못 만났을 소중한 사람들이다. 희망도 그와 같은 것, 그것은 목숨을 건 역경의 계곡에서, 죽음과 같은 절망의 골짝에서만 만난다. 엄홍길에게 히말라야는 사람과 희망을 만나는 성소(聖所)다.

히말라야 16좌 완등이라는 신화를 쓴 그. 생사의 기로에서 동료들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다. 히말라야의 모든 신(神)에게 간절히 빌었다고 한다. “살려 내려보내 주신다면, 이 산과 이곳 사람들에게 보답하겠습니다.”

엄홍길휴먼재단 설립엔 이런 뒤안이 있었다. 네팔, 히말라야 기슭에 위치한 1인당 국민소득 763달러밖에 안 되는 빈국(貧國)이다. 한데도 정신적 만족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사람들, 환경이 열악한데도 겸손과 초연함을 잃지 않는 그들이다.

인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엔 풀 수 없는 초자연적인 난제가 있다. 거기엔 그것을 풀고자 하는 염원이 있어 신이 존재한다. 우리는 산악인 앞에 동산만 한 등짐을 지고 산을 오르는 셰르파에게서 그들 특유의 강인함과 준열함을 만난다.

산악인 엄홍길은 약속을 지키는 일에 발을 벗었다. 학교를 짓기로 결심한 것. 휴먼재단 설립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걸었다. 여덟 번의 학교 건립에 이어 이번이 아홉 번째. 해발 8468미터, 네팔의 마칼루 오지마을 세두와.

학교 건물 준공식에, 아홉 번째로 학교에 다닐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서울 나눔클라리넷앙상블단원’과 함께하는 ‘천상의 음악회’.

단원들이 굽이굽이, 험한 돌길을 오르고 올라 그곳 아이들에게 하모니카를 나눠 주며 노래를 가르친다. ‘도도 솔솔 라라 솔’. 자연 속에 갇혀 살던 아이들의 깨어나는 영혼, 그들이 음악을 알아 갔다. 닷새 만에 히말라야 산중에 처음으로 울려 퍼진 노래, ‘떴다, 떴다 비행기’ 또 ‘고향의 봄’.

네팔 아이들이 하모니카를 불며 열창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그 장면을 KBS가 ‘인간극장’으로 이어 놓아 가슴 뛰더니, 숨까지 가파르다. 네팔어가 아닌 우리말로 부른다. 한 군데 틀림없이 또박 또박이다. 흥이 무르익는 데 이어지는 단원들의 연주 ‘아 목동아’, ‘롱롱 어고우’의 선율.

그곳 주민들이 어깨를 들썩였고, 엄 대장도 한 아이와 손잡고 어우러져 더덩실 춤을 춘다.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한국에서 그곳에 가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해 준 사람들과 아름다운 리듬에 눈뜬 그곳 사람들이 함께, 꿈을 노래했다. 말 그대로 천상의 음악회였다.

우리 단원들이 뒷날 떠난다는 걸 알아 글썽이며 눈 벌게진 아이들. 이 작은 음악회가 어둠 속에 빛을 불러 네팔 아이들의 몽매를 흔들어 깨웠을 것이다. 뿌듯했다.

엄홍길은 그곳 사람들에게 우상이었다. 산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 대한 신뢰 말고 또 있었다. 그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고개 숙여 합장하며 하는 말, ‘나마스테, 나마스테’. ‘이 순간, 당신을 존중하고 사랑합니다.’ 서로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인사말이다.

따라 하고 싶다.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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