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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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BHA국제학교 이사, 시인/수필가

“김군, 이제 졸업 학년인데 취업 준비는 잘 돼가고 있어요?”

 

“예, 선생님! 벌써 두 곳 대기업에 합격해서 지금은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말, 축하해요. 그래서 활기차고 연신 싱글벙글이구먼!”

 

다섯 해 전 나는 일본 후쿠오카의 한 국제대학교를 방문하고 있었다. 그 곳에 내가 근무하는 학교 학생들이 여러 명 다니고 있어서 특별히 가보고 싶었다. 김군은 우리학교 졸업생은 아니었지만, 기숙사에서 학생들을 관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는 3학년 때 휴학하고 귀국하여 군 복무를 마쳤다. 4학년에 재학 중인데 이미 취업을 했으니, 고국에 계신 부모님도 얼마나 기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학교도 둘러보고 학장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들의 브리핑도 들으면서 학사 운영과 학생 활동을 눈여겨보았다. 취업 걱정 없이 열심히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웠다.

 

학장은 기업체에선 한국 학생들을 무척 좋아 한다고 했다. 특히 군대를 졸업한 한국 남학생들은 책임감도 강하고, 무슨 일이든 창의성 있게 잘 처리하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다닌다고 했다. 반 이상이 외국학생들인데, 대부분 졸업하기 전에 취업한다. 좀 능력이 있는 학생들은 보통 두, 세 곳에 합격하여 선택을 고민한다고 했다. 참으로 부러웠다.

 

마침 그 날은 한국 문화의 날이었다. 한국 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한국 음식도 대접하고, 대강당에선 부채춤, 사물놀이 공연도 했다. 공연 후 우리 학생들과 개인별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귀국 후에 부모님께 일일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내고, 안부 전화도 드렸다.

 

엊그제 어느 중앙지 기사 제목이 ‘취업 준비생이 면접관 골라요“였다. 지난 3월 1일 일본의 한 국제회의장에 내년 봄 졸업하는 취업 준비생 3만여 명이 몰려들었다. 일본 최대 취업 박람회 ’마이나비 취업 엑스포‘가 개막했다. 630개 업체가 부스를 차렸는데, 대기업, 다국적 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등이 참여했다. 장내는 취업준비생들이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고 발버둥 치는 자리가 아니라, 기업이 사람을 뺏길세라 안달하는 자리였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지난달에 졸업한 대학생 중 85%가 지난 연말 전에 취업했다고 한다. 게이오 대학의 한 교수는 ‘일본은 이제 취업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라고 한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빠져나와 질주하고 있다. 20년 새 20대 인구가 600만 명 줄었는데도 호황으로 지금 일자리가 넘쳐나고 있다.

 

일본에서도 20여 년 전 공무원이 최고의 직장이었다. 나는 그 시절 일본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고시원에서 몇 년씩 밤새우는 것을 보고 들으며 그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공무원이 너무 인기가 없어서, 조기 퇴직하고 사업을 하거나, 주변에선 교직도 그만두고 모두 밀감 농사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몇 년 전 아베노믹스를 비웃었다. 그런데 요즘 많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사회는 너무도 오랫동안 끝 모를 장기 불황으로 어둠의 터널 속을 헤매고 있다. 우리 시대에 젊은이들의 눈물을 씻어줄 지도자는 없을 까? 그들의 얼굴에 그림자를 거두어 내고, 희망과 기쁨을 듬뿍 듬뿍 안겨줄 길잡이는 없을까? ‘젊은이들이여 다 내게로 오라’고 외치는, 그런 사업가는 없을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저만치 왔는데,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고, 봄이 봄 같지 않음은 웬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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