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봉 감귤의 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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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제주감귤농협조합장 /논설위원

한라봉 감귤가격이 곤두박질하여 농업인의 마음을 애태우고 있다. 한때 한라봉 감귤만 재배를 하면 금방 돈을 벌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때가 있었다. 독특한 향기에다 워낙 당도가 높아 온주밀감으로서는 도저히 흉내를 낼 수가 없었기에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고 감귤을 모르는 사람들도 한라봉에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그렇지만 바이로이드(식물에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viroid)에 감염되기 쉬워서 대목(접목 시 뿌리에 해당하는 나무)부위 아랫부분에 진물이 흘러나오고 수세가 약해져 한라봉 감귤 재배가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하고 무척이나 걱정되었던 때도 있었다.

 

때마침 무병묘(바이러스 등에 감염되지 않은 묘종) 육성기술이 개발되고 건강한 한라봉 감귤 묘목이 탄생된 데다 이에 백신을 접종시켜 바이러스에 이병될 확률이 낮은 묘목이 보급되자 농업인들은 새로운 한라봉 품종이라도 개발된 것처럼 마냥 즐거워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산도를 낮출 수가 없었고 당도도 13브릭스 이상 되는 한라봉을 생산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추워서 감귤이 자라지 못할 것 같았던 내륙지방에서 재배되는 한라봉 등 만감류의 품질은 점점 향상됐다. 그 이유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내륙지방은 감귤이 재배되지 않았었기에 고접(대목 가지의 높은 부위에 접목시킴)을 하지 않았고, 그 대신 묘목으로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과 3월부터는 제주보다 최고기온이 높아지고 여름철을 중심으로 폭염이 지속되어 생육기 적산온도가 높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품종지상주의에 젖어 있는 도내 농업인들에게 힘든 나날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도 제주가 오래전부터 감귤이 재배되었기 때문에 타 지역에 비해 나름대로 재배기술이 우월하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신품종을 도입하려면 사전에 품종특성이라든가 재배방법 등을 여러 방면에서 입체적으로 검토해 봐야 됨에도 불구하고 즉흥적인 판단에서 결정을 내리는 게 흠이다. 아무리 좋은 품종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30년 이상이 된 대목에 어린 접수를 접목한들 품종의 제 특성이 발현 될 수 있을까? 세대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겨울에 비교적 따뜻하고 여름은 선선하여 휴양지로 적합한 환경인데도 감귤의 생육환경을 무시한 채 사람이 살아가는 생활환경에 맞춰 잘 자라주길 바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감귤은 아열대 작물이다. 감귤 중에서도 유자가 내한성이 강하고 다음으로는 온주밀감인데 새로운 품종은 대부분 아열대성 기후환경에서 육성된 품종이라서 제주기후환경보다 훨씬 무더운 환경이 연출되어야 한다.

온주밀감의 생육에 필요한 적산온도(작물생육에 필요한 1℃ 이상의 일평균기온을 더한 것)가 2600℃인데 지구온난화에 의해 서귀포가 2500℃에서 2600℃로 근접하여 품질향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자.

오렌지는 2800℃, 병감은 3300℃로 점차적으로 높다는 데에 있다.

온주밀감에 오렌지를 교배하여 청견품종이 육성되었고 이에 병감을 교배하여 한라봉 감귤이 탄생되었다. 그렇다면 생육환경도 온주밀감보다 400℃ 높은 3000℃이상의 적산온도가 요구되는 고온 환경에서 자라도록 함에도 불구하고 온주밀감재배환경에 근접한 환경을 유지해주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한때 온주밀감을 타이벡멀칭 또는 무가온재배를 해도 노지재배보다도 수확시기가 늦어지는 추세였으나 최근 재배기술 향상에 의해 앞당겨지고 품질도 향상되고 있다면 그 점을 본받을 만도 하지 않은가?

고온다습환경은 영양생장을 조장하고 또한 과실비대를 촉진시키지만 고온건조환경은 당산도를 높이는 기술임을 명심하고 생육단계별로 어떤 기술을 투입하느냐에 따라 한라봉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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