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유해발굴.감식 사업...구천을 떠도는 영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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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69주년 기획...예산 확보 및 공항 발굴터 확보 애로
▲ 2008년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확장 공사장 인근에서 발굴된 4·3희생자 유골에 대해 박근태 제주고고학연구소 연구실장이 유족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유족들의 한을 풀 수 있도록 부모형제의 유해 찾기 사업이 4·3사업 가운데 최대 성과로 꼽히고 있으나 예산 부족 등으로 신원 확인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4·3이 발생한지 69년이 됐지만 500여 명은 지금도 제주국제공항 내에 집단 암매장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그동안 발굴된 유해 400구 중 308구(77%)는 지금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누울 자리를 찾지 못한 영령들이 구천을 떠돌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06~2011년까지 6년간 희생자 유해 발굴사업을 통해 제주국제공항(388구), 화북 별도봉 진지동굴(11구), 남원읍 태흥리 학살터(1구) 등 3곳에서 모두 400구의 유해를 찾아냈다.

집단 학살터로 드러난 제주공항(옛 정뜨르비행장)에선 1949년 1차 군법회의(군사재판) 사형수 249명과 1950년 8월 제주읍·애월면·조천면지역 예비검속자 500여 명이 비밀리에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서귀포시 정방폭포에서 집단 총살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서귀포 3면(서귀·중문·남원면) 희생자 13명의 유해가 제주공항에서 발굴됐다.

또 불순분자 예비검속이라는 명목으로 대정읍 섯알오름의 일본군 탄약고에 몰아넣어 집단 총살된 것으로 알려진 모슬포지역 희생자 가운데 7명은 공항에서 유골이 나오면서 전문가는 물론 유족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당시 목격자와 관련자 증언을 통해 공항에서 500여 명이 암매장된 제주시 북부지역 예비검속자 유해는 고작 13구만 확인되면서 공항 내에 더 많은 유해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해 발굴에 참여했던 박근태 제주고고학연구소 연구실장은 “공항 암매장지를 확대했으면 유해가 더 나올 수 있었으나 활주로에 막히고 말았다”며 “제주공항에서 예상 외로 다수의 서귀포 출신 유해가 나온 점을 볼 때 추가 발굴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2008년부터 2년간 진행한 공항 유해 발굴사업은 활주로 확장공사와 연계해 진행된 사업”이라며 “2022년까지 추가 유해 발굴을 위해 국비 20억원을 확보하기로 했으나 암매장 터가 보안구역인 제주공항이어서 착수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골의 신원 확인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는 직계 유족 829명의 혈액을 채혈해 법의학에서 기본적으로 이용하는 유전자 검사법(STR방식)으로 2013년까지 72구의 이름을 찾아냈다.

이어 훼손된 DNA도 정밀 분석할 수 있는 개인식별 검사법(SNP방식)이라는 신기술이 나오면서 그동안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던 유해 20구의 이름을 추가로 확인했다.

그런데 법의학에서 통상적으로 이용하는 STR방식은 1구 당 40만원이 들지만 SNP방식은 1구 당 300만원이 소요되면서 예산 부족으로 유전자 검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2010년부터 4·3관련 국비 예산이 전액 끊기면서 유전자 검사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며 “내년부터 2022년까지 10억원을 확보해 새로 개발된 SNP방식으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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