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주의자, 트럼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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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논설위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이 넘었다. 좌충우돌하는 트럼프, 그의 본질을 한마디로 뭐라고 표현할까. 잭슨주의자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 집무실에 미국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의 초상화를 걸어 놓았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링컨 대통령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흉상을 배치한 것과 대비된다.

앤드류 잭슨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었나. 그는 미국 정치사상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대표적 포퓰리스트였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지닌 포퓰리스트 말이다. 워싱톤 정치가 명망가 엘리트의 전유물이던 시절에 대중의 힘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잭슨은 고아의 처지에서 스스로 노력하여 법률가가 되었다. 당시에는 미국 동부에서도 애팔래치아 산맥 동쪽에서만 대통령이 나왔는데, 잭슨은 그 산맥 서쪽에서 대통령이 된 최초의 케이스다. 애팔래치아 산맥 서쪽은 왠지 덜 근대화된 지역으로 치부되던 시기였다.

그는 자신의 아내를 모욕한 정적과 결투를 마다하지 않는 저돌적인 성격을 지녔다. 호사가들은 잭슨이 권총을 들고 결투를 벌이는 순간을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 중 하나로 얘기하곤 한다. 잭슨은 운이 좋았다. 총에 맞았음에도 쓰러지며 방아쇠를 당겨 상대를 즉사시켰다.

대통령이 된 후 잭슨은 공직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맡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엽관제를 실시했다.

엽관제는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에서 공직을 전리품처럼 챙겨가는 제도다. 지금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제도지만 당시에는 공직의 주요 자리가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던 시절이라 민주적인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잭슨은 어떤 외교정책을 펼쳤나. 트럼프가 잭슨주의자라면 그것이 궁금해진다. 학자들이 이미 많은 분석을 해놓았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잭슨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외교정책에 큰 관심이 없다. 국내적인 경제상황과 국민의 안전에 보다 중점을 둔다.

잭슨주의자들은 이상주의적인 가치 실현을 위해 국내적 손실을 감수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반역적인 것으로 본다. 또 기본적으로 엘리트만의 합의에 의한 외교정책 결정에 반감을 표시한다.

기성의 언론, 정치 엘리트들 간의 암묵적 합의에 의해 미국의 외교정책이 결정되는 것에 반대하는 트럼프와 유사하다.

그러나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과거 잭슨 대통령이 조지아 주에서 체로키 인디언을 말살하다시피 한 것과 프랑스와 거의 전쟁 직전까지 갔던 것 말이다. 그는 국내 정치적으로 불가피하다면 과감한 대외적 스탠스를 취했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거론하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뭔가 일맥 상통하는 면이 있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 아직도 확실한 게 별로 없다. 전망을 잘 하기 위해서 우리는 앞으로 얼마간 미국의 국내 정치에 좀 집중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래야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돌출적으로 발언한 미국 외교정책의 중요한 전환이 현실화 될 것인가 여부를 빨리 판단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잭슨주의자로서 트럼프 행정부는 동아시아, 아시아에서 다소 후퇴할 것 같다. 그 공간은 당분간 빈 상태로 남을 것이다. 우리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간에서 어느 쪽으로 부터든 손해를 만회할 방지책을 늘 마련해두는 헤징(hedging)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극단적인 정책을 취하지 못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미국의 국가 이익이 이끄는 기본적인 운동법칙에 따르면 급격한 변화는 미국에 해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매몰된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격이다. 트럼프는 점점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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