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2·28과 제주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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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사회부장
대만의 본성인(本省人)은 명·청나라 때부터 이주해 터전을 잡았다. 전체 인구의 84%를 차지했다. 반면 외성인(外省人)은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중국 대륙에서 이주한 사람들이다. 인구 비율로는 14%다. 국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대만의 최고위직은 외성인이 차지하며 기득권층이 됐다.

대만 행정장관은 강력한 수탈과 본성인에 대해 차별 정책을 폈다. 담배·설탕·차·종이·시멘트를 국유화해 상당한 물자를 국·공 내전을 벌이던 본토의 국민당군에게 보냈다. 물자 부족과 부패가 맞물려 물가는 수십, 수백 배로 뛰었다. 본성인과 외성인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1947년 2월 27일 타이베이 노상에서 허가 없이 담배를 팔던 린쟝마이라는 과부가 전매청 공무원에 의해 무차별 구타를 당했다. 시민들은 과격한 단속에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발포한 총에 본성인 출신 학생 한 명이 사망했다.

다음 날인 2월 28일 분노한 군중들은 봉기를 일으켰고, 파업과 시위는 섬 전체로 확대됐다.

이에 당황한 국민당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본토에서 2개 사단의 진압군을 대만으로 불러들였다. 대대적인 살육과 약탈이 자행됐다. 이 과정에서 학생 등 무고한 양민들이 무참히 죽었다. 정부 발표로만 2만8000여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1947년 발생한 대만 2·28사건은 발생시기와 배경, 섬 주민과 본토 주민과의 갈등, 진압군에 의한 무자비한 토벌, 40년간 누설 금기 등 제주4·3과 여러모로 흡사하다.

1987년 대만에서 계엄령이 해제되기 전까지 이에 대해 말조차 꺼내는 것이 금기로 여겨졌다. 2·28사건을 언급하면 징역형에 처해질 정도였다.

1988년 대만 출신 본성인 리덩후이가 총통에 오르면서 대전환을 맞이했다. 정부 차원에서 진상조사가 시작됐다. 사건 발생 45년 만인 1992년 리덩후이 총통은 국가수반으로는 처음으로 희생자 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대만 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1995년 보상조례, 2007년 배상조례를 제정했다. 국가가 적법한 공권력이 아닌 위법한 행위를 저지른 것을 인정해 배상에 나섰다.

사망·실종자는 평균 2억원, 구금을 당한 사람에 대해선 형량에 따라 최고 1억7000만원에서 최저 2000만원이 지급됐다.

지난해 11월 2·28사건 취재 차 대만을 방문한 자리에서 양전뤙 2·28국가기념관장은 “처음에는 보상으로 진행하다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배상으로 바로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40년이 지나 배상업무를 시작하다보니 유족들은 재판기록 등 증거 제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구나 재판 없이 죽임을 당하면서 법적인 입증은 굉장히 복잡해지면서 목격과 진술, 증언록도 증거자료로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4·3특별법은 배·보상은 빠뜨린 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만을 다뤄왔다. 4·3이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이유다.

양윤경 4·3유족회장은 “부모와 남편, 형제를 잃고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온 1세대 유족들이 죽고 나서 이뤄지는 배·보상은 무의미하다.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배·보상법 제정은 촉박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3일 4·3 69주년 추념식에 대선 주자들이 방문했지만 배·보상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이고 속 시원한 말은 나오지 않았다.

사랑하는 부모와 자식을 졸지에 잃어버리고 살아남은 사실조차도 괴로워하며 지내온 유족들의 흐느낌이 추념식장에 메아리쳤다. 4·3의 광풍은 지나갔지만 4·3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군·경 토벌대에 가족이 희생됐다는 이유만으로 연좌제가 적용돼 공직 진출이나 승진, 사관학교 입학, 해외 출입 등 온갖 일에 불이익을 당해왔다. 1894년 갑오개혁에서 이미 사라진 연좌제가 시대를 거슬러 적용됐다.

4·3은 여전히 아프고 슬프다. 살아남은 유족들에게 어떠한 위로도 부족하다. 배·보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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