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는 변심(變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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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편집국장
중도(中道)가 5ㆍ9 대선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전 정치 세계에서 중도는 좌ㆍ우나 진보ㆍ보수의 대립에서 중간적인 입장을 택한 절충주의를 주장하는 노선을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혹독했다. ‘사쿠라’, ‘이중대’, ‘회색분자’로 매도되거나 외면당했다.

세인들 사이에서 중도가 뇌리에 깊게 각인된 것은 유신 시절인 1970년대다. 당시 김영삼ㆍ김대중 의원과 40대 기수론의 대표주자인 이철승 의원이 ‘중도통합론’을 들고 나왔다가 ‘사쿠라’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 중도론은 박정희 체제를 일정 부분 인정하고 극한적인 투쟁보다 여야가 민생 위주의 정책대결을 벌이자는 이른바 양극단 배제론이었다.

하지만 김영삼ㆍ김대중 측은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 하자는 말이냐”며 이철승을 ‘사쿠라 야당’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그는 훗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야당 당수 때 총선에서 여당을 이겼다. 그다음에 양김이 정치 해금 된 뒤 합작해서 나를 야당에서 제거하기 위해 선전 선동하면서 ‘사쿠라’로 만들었다”고 항변했다.

어쨌든 그때 민심은 타협보다는 독재와 맞서기 위한 결기와 강단을 요구했다고 할 수 있다.

▲중도에 대한 구애가 뜨겁다. 그것도 야권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먼저 불이 붙었다. 영역 확장을 위해선 중간지대에 대한 선점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게다가 전통 지지층인 ‘집토끼’의 반발을 불사하면서까지 중도층인 ‘산토끼’를 품기 위해 보수정당과의 ‘대연정론’마저 주저 없이 펼쳤다.

이전까지 전통적 대선 레이스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다고 한다. 일단 집안 단속부터 한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전통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고, 중반에는 중도와 무당층 공략에 나섰다가, 막판에는 전통 지지층 재결집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초반부터 집토끼 대신 산토끼 공략에 나섰다.

물론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촛불 정국’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많다. 3개월 넘게 이어진 촛불 정국을 거치며 야권 지지층이 자발적으로 결집하면서 대선주자들로선 굳이 집토끼 단속에 신경을 쏟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더욱이 각당 대선 후보 확정 후 판세가 요동치면서 ‘커밍아웃’하는 중도들도 늘고 있다. 이제는 뒤에 숨어서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해지고 싶다는 것이다.

▲중도는 ‘극진(極進)’‘극보(極保)’보다 더 자유롭고 더 독립적이다. 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다. 언제든지 자유 의지에 따라 변심할 수 있다. 틀 속에서 뛰쳐 나올 수 있고, 말을 갈아탈 수도 있다. 그래서 자유로운 영혼이다. 고인 물이 아니고 흐르는 물이다. 중도는 변심(變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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