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창작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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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지구상에서 합성 물질만큼 창의적이고, 정교하고, 신비로운 것은 없을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이 합성하는 화합물은 숭고한 예술작품이며, 필요에 의해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키니네(quinine)는 기나수(cinchona) 나무껍질에서 얻은 것으로 식물이 형성시킨 멋진 합성물이다. 이처럼 자연에서 유용한 생성물을 얻는 경우 첫 단계는 그 물질의 조성과 구조를 분석·결정하는 것이다.

 

그 다음 목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출발물질로부터 합성하는 것이다. 화학자는 피말리는 수많은 작업에 의해 원하는 최고의 창작 걸작품, 생성물을 탄생시킨다.

 

사실상 이 단계는 너무 까다롭고 난해하다. 예를 들어 페니실린은 1929년 박테리아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곰팡이균의 오염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다. 그렇지만 실험실에서 합성은 1957년에 이루어졌다.

 

난소암 혹은 유방암 등의 치료에 효능을 발휘하는 파클리탁셀(paclitaxel, 상품명; taxol)의 등장도 흥미롭다. 이 화합물은 Pacific yew 나무(주목이라는 상록수의 일종)의 껍질에서 추출되었으며, 암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이 나무로부터 이 화합물을 추출하는 과정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taxol은 1 kg의 나무껍질에서 0.12 ∼ 0.2 g 정도 추출되기 때문에 환자 한 사람을 1년간 치료하기 위해서는 세 그루 정도의 나무가 필요하다.

 

이 주목나무도 이렇게 값어치 있는 화합물을 생성시키기 위해 수많은 고통을 감내했을 것이다. 물론 이 나무는 인간에게 유용한 다른 다양한 화합물도 품고 있을 것이다. 암치료를 위해 전적으로 이 나무의 껍질에 의존하면 지구상에서 주목나무는 멸종될 것이다.

 

화학자들의 꾸준한 합성 연구에 의해 이런 난제가 풀렸다. 이와 비슷한 수종인 English yew 나무의 잎을 이용한 반합성(semi-synthesis)법으로 taxol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였다.

 

이 방법은 이 나뭇잎에서 추출한 10-deacetylbaccatin III라는 화합물을 화학반응에 의하여 taxol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이 나뭇잎에 주로 존재하는 이 물질은 농축 정도가 높고 나뭇잎을 수확해도 나무의 성장에 별 지장을 주지 않는다.

 

이와 같이 식물의 성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어떤 물질을 추출하여 유용한 화합물을 합성하는 과정을 반합성이라 한다. 이러한 반합성법은 다른 항암제를 포함한 다양한 의약품을 제조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식물을 이용하지 않고, 화학자들이 실험실의 출발물질로부터 taxol 등을 전합성(total-synthesis)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taxol처럼 구조가 복잡하고, 다단계의 합성과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에는 전합성은 무척 어렵다.

 

반합성과 전합성에 이어 생합성 과정도 의미있는 합성법이다. 과학자들은 Pacific yew 나무의 껍질세포에 있는 taxol을 합성하는 유전자를 분리하여 실험실에서 쉽게 재배할 수 있는 식물의 세포에 이식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생합성법도 유용한 의약품을 생산하는데 이용될 것이다.

 

동·식물 또는 화학자들이 합성한 창작물, 화합물은 고도의 기술과 처절한 고통의 산물이다. 이런 측면에서 식물의 성장 환경과 내면세계를 심도있게 고찰하는 것은 인간이 건강한 장수를 영위하는데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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