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 낮술에 취하듯…너도 나도 멋과 풍치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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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명월대
▲ 열다섯 번째 바람난장이 한림읍 명월대에서 진행됐다. 유창훈 作 명월대.

찔레꽃의 고향, 명월

 

무슨 새인지 모르겠다

표준어로도 모르겠다

다만 멀구슬생이

비치라 부를 뿐

그 새가 오늘은 와서

자꾸 뭘 달라는 것 같다

 

단애에 달이 뜬다는

한림읍 명월마을

오년 쯤 이 마을에 장부 들고 다닌 텃새

외상 값 붉은 줄 긋듯 나를 긋는 이름 있다

 

뒷산 구실잣밤나무

꽃들을 터뜨리면

춘삼월 온 동네가 발정이 났나보다

새들도 낮술에 취한 그 숲이 수상하다

 

-이경숙의 ‘그 숲이 수상하다’ 전문

 

 

 

 

▲ 김정희 시낭송가의 시 낭송 모습.

‘찔레꽃’의 고향, 한림읍 명월리.

 

오백년은 족히 되었음직한 팽나무 60여 그루가 명월천을 따라오다가 우두커니 서 있고 맞은편에서 나도 이 풍경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황진이와 서화담이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선생님, 송도의 삼절을 아시나이까? ” “송도삼절? 글쎄다” “하나는 박연폭포요, 또 하나는

서화담이며, 또 다른 하나는 황진이 이 몸인가 하나이다”

 

이렇듯 개성에는 송도삼절이 있었다. 그렇다면, 선비의 고장에서 ‘명월삼절’을 생각해 보는 것도 그다지 불경스런 일은 아닌 듯싶다. 굳이 명월삼절을 이르라하면 명월대와 오인호, 그리고 백난아를 꼽고 싶다.

 

명월대, 그 이름만으로도 한 편의 시다. 달 밝은 밤, 계곡물이 흐르는 팽나무 아래, 시인 묵객들이 모여앉아 서로의 시심을 겨루니 이만한 풍류가 어디 있겠는가.

 

‘바람난장’도 조선시대의 그 모습으로 명월대 앞에 섰다. 김정희 시낭송가가 이 마을의 이경숙 시인 작품을 낭송하였다. 춘삼월 낮술에 취하듯 홀린 건 새나 나무들 뿐 만이 아니라, 난장 팀도 마찬가지였다.

 

홍경표 명월리장은 이 마을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며 우리를 이끌었다. 1931년에 만들어진 ‘무지개 모양의 다리’ 홍예교다. 이 다리는 제주향교 도훈장을 지낸 월헌 오인호(1849~1928)와 그의 아들 오진규의 학덕을 기려 만든 것인데, 이들 부자는 이곳 젊은이들에게 무료로 학문을 가르쳤다고 한다. 명월대도 이때 만들어졌다.

 

▲ 현충헌·지기택씨의 색소폰 연주에 맞춰 김해민씨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

그로부터 10년 후인 1941년, 이 명월대에는 물 건너 온 세 사람의 발길이 있었다. 작사가 김영일, 작곡가 김교성 그리고 이 마을 출신 백난아(본명 오금숙)다. 이들은 이곳에서 백난아의 대표곡이자, 일제강점기 망향의 그리움을 담은 민족의 노래 ‘찔레꽃’을 탄생시켰다.

 

국민가수 백난아 노래비 앞에서 현충헌, 지기택씨의 색소폰 연주에 맞춰 김해민 가수가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철의 객점 북두성이 서럽습니다…’ 를 구성지게 불렀고, 난장 팀도 지나가던 주민들도, 관광객들도 함께 모여 몇 번이나 더 합창을 했다.

 

가수 이미자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열 살이 되던 부산 피란민 시절, 동아극장에서 백난아의 공연을 보고 가수로서의 꿈을 품게 되었다’고 밝힐 정도로 그는 가수 지망생들의 롤모델이었다.

 

2009년 한림에서 ‘백난아 전국가요제’가 시작됐다. 당시 이 사업을 추진했던 전 제주연예인협회장 박종택씨는 이날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한림을 중심으로 도민의 뜻을 모아 국민가수의 위상을 드높이자”고 말했다.

 

▲ 열다섯 번째 바람난장이 한림읍 명월대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바람난장 가족과 주민 등 이번 바람난장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

양성찬 백난아기념사업회 회장과 홍경표 명월리장은 “앞으로 백난아노래비공원에 찔레꽃을 심어서 백난아의 뜻을 기리고, 찔레꽃 노래도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현대적 분위기에 맞게 오케스트라, 합창 등으로 편곡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은 제주대학교평생대학원 시낭송 아카데미 수강생들과 문인, 화가를 비롯한 예술인들 그리고 지역주민 등 40여 명이 함께 신명을 펼쳤다.

 

글=오승철

그림=유창훈

사진=허영숙

색소포니스트=현충헌, 지기택

가수=김해민

음악·공연감독=이상철

시 낭송=김정희

 

※다음 바람난장은 15일 오전 11시 효돈동 쇠소깍과 남원읍 망장포 등 두 군데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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