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國格)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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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사람에게 인격이 있다면 나라에는 국격이 있다.

국격은 한마디로 나라의 대외적인 품격을 말한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갖춘 민주적 의사결정이나 사회적 자산 등이 그 요소다. 이런 가치가 충만하다면 품격 있는 국가이고, 그것이 한 나라의 이미지를 만든다. 곧 국격은 국가 혹은 구성원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신뢰와 품위를 의미한다.

그런데 소위 외교적 품위라고 해야 할까. 국가 간 외교적 예의를 갖추는 건 매우 중요하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체적으로 지켜지는 일이다. 물론 결례를 일삼는 예외도 있지만 소위 선진국들은 아니다. 개인 사이도 그렇거늘 국가 간 예의를 어겨 상대국을 불쾌하게 만들고 상처를 입히곤 한다. 우리의 지도층 인사들도 뻑하면 국격 손상의 문제를 낳는 게 문제다.

▲1994년 싱가포르 법원은 10대 미국 학생에게 태형 6대, 징역 4월 등을 선고했다. 길가의 승용차 여러 대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도로표지판을 훔친 혐의였다.

문제는 태형(笞刑)이었다. 건장한 남성도 몇 대 맞으면 혼절하기 십상이다.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형벌이라는 면에서 미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선처 호소, 미국 언론의 압박, 미국기업 철수 엄포 등이 잇따랐다.

리콴유 전 총리를 비롯한 싱가포르 지도자들은 단호했다. 굴복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자국민의 불신으로 국가의 근간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 게다. 다만 양국 관계를 고려한 유연성을 발휘해 당초 6대에서 4대로 낮춰 태형을 집행했다. 결국 당당히 자국의 법과 권위를 지켜내며 국민의 존경을 받았다. 외교적으로도 예의 바르고 건전한 우방으로 거듭났다.

▲최근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가 방한 기간 중 정계인사들을 접촉하며 휘젓고 다녔다고 한다. 일부 대선주자와 여야 대표, 국회부의장 등 누구나 알만한 사람들이다. 지난 4일 주한 일본대사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나 한일 위안부 합의 준수를 촉구하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문제는 이 모두가 일방통행식 행보였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를 무시하는 외교적 결례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교에서 국격은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야 할 이들이 적지 않다. 요즘 대통령 궐위 상태에서 조기 대선을 앞둔 한국 외교의 현주소다. 정치나 경제, 국민 모두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절이다.

이럴수록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에 대한 큰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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