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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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봄이라 작은 꽃 화분 몇 개를 사다 창가에 놓았는데 밤사이 예쁜 꽃송이가 피어났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물밖에 준 일이 없는데 참 예쁘게도 피었다.

 

아침마다 창가에서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고 있으니 가격대비 최고의 영양제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꽃의 계절이 왔다. 발길 닿는 곳마다 꽃들이 무리지어 피는 것을 보면서 새삼 이 계절이 있음에 감사하다.

 

추운 겨울에는 마치 죽은 나무 같았고 생명의 씨앗도 얼어서 다시 태어날 것 같지 않았는데 이러지도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내고 있으니 그래서 사람들은 꽃소식을 기다리게 되나 보다.

 

출·퇴근을 할 때 마주치는 꽃들과 향기로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생각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는 나만의 길이 되고 있다. 때로는 오랜 친구가 생각나 그리워지기도 하고 때로는 아팠던 기억도 스치면서 아련해지기도 한다.

 

향기로 기억되는 것은 잊혀 지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나게 한다고 했는데 힘들었던 순간 속에도 향기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조금 있으면 제주도는 밀감꽃향기가 진동하는 계절이다. 이 시기에 제주를 찾는 사람이라면 제주도를 밀감꽃향기로 아마도 기억되겠지.

 

나에게도 밀감꽃향기를 맡을 때면 가슴이 찡하도록 고마웠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잊고 있었음에 미안하고 다시 기억할 수 있는 향기가 있어 고맙다.

 

꽃에는 참 신비로움이 있어서 꽃을 찡그리며 보는 사람은 없다. 보는 것만으로도 찡그리고 있던 얼굴에 미소를 띠게 만든다. 그리고 꽃이 곱다고 느껴지는 순간 우리 마음에 여유 공간이 생겨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다. 마치 메마른 땅에 수분이 공급되어 생명을 길러내듯이.

 

우리 몸을 한쪽으로만 사용하면 근육이 굳어져 탈이 나듯 마음도 한쪽에 치우쳐 있으면 굳어지게 되어 탈이 난다. 오랜 시간 동안 고정되어 있다면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해 스트레칭 하듯 마음도 이완시켜주는 스트레칭이 필요할 것이다.

 

꽃이 완연한 봄날 곱게 핀 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이완시켜 주고 있다. 가장 아름다울 때 툭 하고 떨어지는 꽃잎과 연약하여 후우 하고 바람만 불면 떨어져 버릴 것 같은 꽃잎이 세찬 바람에도 견뎌내 씨앗을 잉태한다. 그래서 어떤 꽃도 다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이 찡그리고 있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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