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忘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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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부국장
시인 정호승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후인 2015년 4월 16일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는 추모시를 발표했다.

그는 추모시에서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며 세월호 희생자들이 잊혀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지난 16일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지난 세월 떠난 이를 잊지 못하는 남은 이들.

살아남은 아이들의 상처와 고통을 우리는 망각하고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세월호가 기나긴 어둠 속에서 다시 세상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수습과 철저한 선체 조사, 책임자 처벌 등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유도 모른 채 우리 곁을 떠난 아이들을 무슨 낯으로 볼 것인가.

남은 이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또 다시 망각한다면 불행한 역사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17일부터 제19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촛불로 하나 된 민심이 부패한 권력을 몰아냈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건설하라고 준엄한 명령을 내렸지만 정치권은 아직도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

정치권은 하나 같이 민심을 뜻을 따르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정작 정권을 차지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국민들이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자에게 보냈던 경고를 아전인수식으로 자신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논리로 해석하고 있다.

이들 역시 불과 몇 개월 전 촛불 민심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활절 전야인 지난 15일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예수의 수난을 목도한 두 여성(마리아와 막달라마리아)의 비탄과 공포에 찬 얼굴들을 오늘 날 빈자, 인신매매 피해자, 그리고 불의를 겪은 모든 사람들에서 볼 수 있다”며 이들이 겪고 있는 공포와 슬픔을 함께 나누자고 호소했다.

교황의 호소처럼 정치권도 국민들이 처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면서도, 그대로 무시하거나 망각하지 말고 진정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기 위한 철저한 자기반성부터 보여야 한다.

이 나라는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들의 나라가 아니라,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나라고,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이들의 나라다.

대선 후보들은 이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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