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모퉁이에서
봄의 모퉁이에서
  • 제주신보
  • 승인 201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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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전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아침 공원 산책길에 나섰다. 길섶에 밤새 내린 숫눈처럼 하얀 꽃잎들이 소복이 쌓여 있다. 엊그제만 해도 축제 속에 사람들의 탄성을 나아내게 했던 벚꽃이다.

파란 하늘에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꽃이, 밤새 들이닥친 비바람에 기력을 잃고 낙엽처럼 떨어져 그 생을 마감하고 있다. 자연의 순리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안타깝다. 처절하다 못해 허무감마저 든다. 우리네 삶도 이와 다를 바 없을 듯싶은데.

사람들은 오래 피어 주기를 그토록 갈망했건만, 세상사 뜻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될까. 꿈이 크면 실망도 크게 마련인가.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한순간 사로잡더니, 어느새 불그스레한 빛깔이 누렇게 변해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생의 무상함을 느낀다.

세상에 무한한 것은 없다.

생명의 유무를 떠나 모든 것들은 찰나에도 크건 작건 성질이나 모양이 변이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처럼, 존재할 것처럼 착각 속에 묻혀 산다. 그저 자신의 입맛에만 맞추려 하다 보니 이런 것에는 아예 관심 밖인 듯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달라진 모습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마음을 추스르곤 한다. 어쩜 그게 인지상정인도 모르겠다.

조간신문을 펼쳐 들었다.

서울시와 성남시에 이어 부산시에서도 청년수당을 지원한다고 한다. 청년들의 취업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연간 120만원을 구직 활동에 지원하는 취업지원카드 도입을 추진 중이라 한다. 이렇게 여기저기서 수당을 주다 보면 나라가 거덜 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수당을 주어 청년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공짜로 돈이 생기니 받는 사람들이야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나라에서 어느 시는 수당을 받는데, 우리는 왜 받지 못하는가 하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을 것이고, 형평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또 그것이 취업으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혹시나 그로 인해 청년들에게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하지는 않을는지. 탁상행정과 현실은 거리가 멀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청년들에게 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결국 그들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알에서 병아리가 스스로 깨나오면 살지만, 사람이 깨 주면 이내 죽는다.’고 한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쉽게 얻은 것은 쉬 사라지게 마련이다.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들이 너나없이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청년수당에 이어 농민수당, 아동수당까지 거론한다. 그러나 이는 따지고 보면 국민의 세금이다. 그것을 마치 제 쌈지 돈처럼 선심을 쓰겠다는 말이다. 물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쓰는 일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만, 표를 얻기 위해 인기몰이를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거리낌 없이 덥석덥석 받아먹는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시야비야(是也非也)를 따져보아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지난날에 겪었던 일들을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조병화 시인의 ‘해마다 봄이 되면’이란 시가 생각이 난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꿈을 지녀라/ 새로워져라.’

이렇듯 봄은 해마다 우리들에게 값진 교훈을 던져준다.

열정적인 자세, 이것만이 우리가 살길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