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증가, ‘검은 머리 파뿌리’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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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을 때 빠지지 않는 주례사가 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백년해로 하라’는 당부다. 어떤 어려움에도 결코 헤어지지 말고 살라는 주문이다. 한데 이제는 이 문구가 옛말이 되고 있다. 평생 한 사람만 바라봐야 한다는 고전적 결혼관이 무너지면서 이른바 황혼이혼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황혼이혼은 한 부부가 자녀를 낳아 다 성장시킨 후에 갈라서는 이혼 유형이다. 대개 자식이 사회에 진출할 때까지 키우면 부부의 나이가 50~60대 정도가 된다. 보통 50대 이후를 인생의 황혼기라고 하기에 그때 이혼한다고 해서 황혼이혼이라고 한다. 법원행정처는 결혼한 지 20년이 넘은 부부가 헤어지는 것을 황혼이혼으로 분리한다.

제주지역에서 이런 황혼이혼이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20년 이상 혼인을 지속했던 부부의 이혼이 390건에 달한 거다. 10년 전에 비해 68.8%(159건) 증가한 수치다. 이는 작년 전체 이혼의 25.1%를 차지해 이혼하는 4쌍 중 1쌍이 황혼이혼인 셈이다. 놀라운 사실이다. 지난 25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제주특별자치도 혼인ㆍ이혼 통계’ 자료에서다.

60대 이상 고령부부의 이혼 증가도 눈에 띈다. 작년 60대 이상 남성의 이혼은 154건으로 전체의 9.9%에 이르렀다. 2006년(4.0%)보다 그 비중이 2ㆍ5배 늘어난 것이다. 여성 또한 5.8%(88건)로 10년 전(1.5%)과 비교해 3.9배 급증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황혼이혼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그렇다면 황혼이혼이 느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요인은 여러 가지다. 여성의 사회ㆍ경제적 지위 향상,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관 확산, 평균 수명 증가, 자녀 장성에 따른 부담감 완화, 재산분할청구권 도입, 가정 폭력 등의 문제, 사회인식의 변화 등으로 꼽을 수 있다.

황혼이혼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서다. 어쩌면 불행한 결혼생활을 계속하는 것보다 행복한 새 삶을 찾는 게 당사자에겐 나을 수 있다. 하지만 황혼이혼은 가정 해체, 고독사, 자살 등 극단적인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부부관의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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