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종연횡(合從連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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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합종연횡은 보통 약자들이 뭉쳐 강자에 맞서거나, 강자가 약자들을 흩트려 자신에게 맞서지 못하게 하는 걸 뜻한다. 중국의 혼돈시기인 전국시대에 등장했던 ‘합종’과 ‘연횡’이라는 두 외교 전략에서 비롯됐다.

합종은 전국 칠웅 중 최강국인 진(秦)에 대항하기 위해 나머지 6국이 동맹을 맺은 생존전략이다. 반면 연횡은 진나라와 연합해야만 안전하다며 6국을 설득해 합종책을 깬 외교술이다.

오늘날 합종연횡은 세를 불리기 위해 이합하고 집산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즉 합종이 이뤄지면 연횡이 불가능하고, 연횡이 성사되면 합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거철만 되면 국회의원들이 이익과 노선에 따라 탈당 혹은 창당을 모색하며 저마다 손익계산으로 분주해진다. 요즘 대통령 선거에서 흘러나오는 단일화 또는 연대론도 매한가지다.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다 이긴 선거를 김대중 후보에게 내줬다. 당시 유력 주자는 김대중, 이회창, 김종필, 이인제, 조순이었다. 선거 결과,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40.3%를 얻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38.7%로 1위와의 격차가 미미했다.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건 소위 DJP연합 덕분이었다. 당시 보수 성향인 이회창, 김종필, 이인제, 조순 등이 보수연합 구도를 형성해 합종했다면 김대중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 후보는 내각제라는 권력분점을 매개로 김종필과의 연횡에 성공했다. 지지율 1위를 다투던 후보가 3~4위에 머물던 후보와 연합해 대세를 굳힌 것이다. 반면 이회창·이인제 후보는 끝까지 연대하지 못해 패배를 자초했다.

▲10여 일 앞둔 제19대 대선 역시 합종연횡은 여전히 유효한 공식이 아닐까 싶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는 이는 문재인 후보다. 공식대로라면 현 시점에서 다른 후보가 문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합종책이 필요하다.

가령 2위를 달리는 안철수 후보가 홍준표나 유승민 후보와 연합하면 승리를 점칠 수 있다. 또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문 후보가 심상정 후보와의 연대를 이룰 경우 그의 당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관건은 정치적 이념이 다른 후보 간 합종연횡이 가능하냐는 거다. 과거 김대중과 김종필이 성향이 같아서 연대를 이룬 건 아닐 터다. 승리를 위한 세력 간 결합이 합종연횡이다.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거라는데 누가 명분과 실리를 챙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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