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朝天 바다

                                  - 이승은

 

이른 봄볕 촘촘하게 내려앉은 돌담 아래

섬동백 꽃송이가 멈칫 웃다 떨어진다

아침이 손님으로 와 하늘을 받쳐 든 곳

 

숨겨둔 푸른 날을 얼마나 뱉었기에

먼 바다 오지랖이 쪽빛 멍 자국인가

물거품 속내로구나, 빈말이 된 약속들

 

청보리 바람결에 물빛 더욱 짙은 바다

그 모든 푸름에는 눈물 맛이 배어 있다

바람도 그런 바람을 조천朝天에 와서 본다

 

 

   
▲ 홍진숙 作 조천연북정.

우연처럼 당도한 이승은 시인의 참석에 ‘바람난장’ 사람들이 환호를 보낸다.

 

이 시인의 시 ‘조천朝天 바다’를 봄볕 촘촘하게 내려앉은 날, 김정희 시 낭송가가 시심을 퍼 나른다. 그 곁 정중당물 샘터로 솟는 물길도 참관하려는지 말 걸듯 퐁 퐁 퐁….

 

제주 사람보다 제주를 더 아끼는 서울 시인의 예사롭지 않던 시선 너머, 눈물 맛이 밴 시린 바다로 어느새 눈길 가닿는다.

 

때론 섬까지 통째로 삼킬 법한 허기들 어디로 숨겨두고, 조천바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비단결처럼 곱다. 마치 세상의 거울 되어 그리움을 쫓고 있다.

 

   
▲ 김정희 시 낭송가의 시 낭송 모습.

조천석 위에 지어진 연북정에 오른다. 관탈섬이 보이길 기대하던 눈빛들 아랑곳없이 쉬 보여주질 않는다.

 

연북정의 붉은 나무 기둥들이 징검다리처럼 놓인 사이로 지나는 바람도 어질다. 그 기둥 아랫목이 긴 노란 개민들레 꽃들, 한때 바닷길에 운명을 맡겨놓고 웃고 울던 넋들인 양 하늘거린다.

 

조천포구는 공식적인 관포다.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연북정이 우뚝하다.

 

이곳으로 길운절의 난에 암행어사로 온 32세 김상헌이 남사록, 이건이 관리와 함께 들어왔다 제주풍토록을 남긴다.

 

바람길을 확인하고 나서야 배를 띄우던 곳 ‘조천’, 이곳에서 후풍候風하던 마음 끝자락들 어찌 다 헤아릴까.

 

   
▲ 바람난장에서 한림화 작가가 조천 포구와 연북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중당물, 큰물, 도리물 등 샘물자리 주변이 매립된 점을 크게 아쉬워하는 한림화 선생이다. 꼼꼼히 챙겨주는 해설 따라 쫓던 눈길들 바쁘다. 꽤 많은 물자리를 봐두었던 바람이 돌아들던 조천바다가 아닌가.

 

‘그 모든 푸름에는 눈물 맛이 배어 있다/바람도 그런 바람을 조천朝天에 와서 본다‘던 시인의 ‘조천朝天 바다‘를 몇 번이나 끌어다 앉힌다.

 

   
▲ 연북정의 모습.

글=고해자

그림=홍진숙

사진=강영란

해설=한림화

시 낭송=김정희

 

※다음 바람난장은 29일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 가마터에서 오전 11시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