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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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꽤 오래된 영화인데 아버지와 아들에 관련된 우리나라 영화가 있었다.

어려서 미국에 입양된 사내아이가 청년이 되어 한국을 찾아왔다. 낳아준 부모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찾아온 것이다. 입양 기관과 고아원을 찾아다니던다 아버지가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감옥을 찾아가 아버지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아버지는 무척 반가워하면서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몇 가지 들려주었다. 그 과정에서 청년은 관계 당국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과연 나와 같은 유전자를 지니고 있을지?” 일단은 그 점을 확인하려고 했다.

그런데 검사 결과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통보가 왔다. 그들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때 그는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분노하면서 이렇게 외쳤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기다려 오다가 부모를 찾아서 어렵게 한국을 찾아왔는데, 당신이 그런 나에게 이런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까?” 교도소 면회실에서 그는 분노하면서 소리쳤다. 그런데 감옥 안에 있던 그는 “나는 너의 아버지라는…” 주장을 굽히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청년은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면서 다시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런 사실을 알아내게 되었다.

그의 어머니는 유흥업소의 접대부였는데 아주 미인이었다. 감옥에 있는 아버지라는 사람은 그 접대부를 사랑했던 술집의 웨이터였다. 접대부가 누군가의 아이를 임신하게 됐고 병이 들었다. 병들고 임신한 접대부는 일하던 곳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이후로 웨이터는 그 여인을 돌보며 함께 살았다. 그러던 중 여인은 아이를 낳게 되었고, 아이를 돌보는 동안 웨이터는 저절로 아기의 아버지가 되었다.

사랑하는 여인이 누군가로부터 낳은 아기를 친아버지 이상으로 사랑하며 돌보았다. 그러다가 여인이 일찍 세상을 떠나고 자신은 감옥으로 가게 되면서, 아기는 입양기관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청년이 짐작하기 어려운 진실이, 감옥 안에 숨겨져 있었다.

청년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를 사랑하며 키워준 아버지다운 아버지가 감옥에 갇혀 있었다. 모든 사실을 다 알게 된 그는 교도소를 찾아갔다. 그리고 감옥 안에 있는 그를 향해 분명하게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영화를 마치게 된다.

한동안 좌우 갈등이 가장 심각한 사회적 과제가 되어 왔다. 그런 갈등이 최근에 와서는 진보와 보수 또는 세대 간의 갈등 관계로 변화된 듯하다. 많고 다양한 요소들이 얽히고 설켜 역사를 따라 굽이쳐 흐르는 동안에, 지금 우리 사회 최고의 난제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 비슷한 모양을 지니게 된 것이라 생각된다.

문제를 조금 규명했다 해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아버지 측과 아들 측이 서로를 감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려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적은 분량일지라도 상대에게도 진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서로를 대화의 상대라고 인정하려고 해야만 한다. 같은 편끼리 자기의인화 작업에 몰두하는 충동적인 웅변은 서로 간의 갈등만 더 크게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해야 한다.

어느 편에서 어떤 비판을 하고 어떤 갈등을 유발한다 해도, ‘정치 경제 사회적 유전자 검사’를 하면 우리의 아버지와 아들 사이 관계가 서로 남남이라는 검사결과가 나오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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