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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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부국장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장미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12월에 실시됐던 대통령 선거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5월에 실시돼 ‘장미 대선’으로 불리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장미 대선’으로 불리고는 있지만 장미처럼 스스로 화려하기만 한 선거는 아닌듯 하다.

▲언제나 우리의 봄을 지켜주는 ‘개나리’를 ‘대중’에 비유한 이어령 선생의 글을 다시 되새겨 보자.

개나리는 어느 꽃보다도 먼저 봄기운을 알려주는 꽃이다.

늘어진 줄기마다 노란 꽃으로 일제히 물들이는 그 개나리꽃은 황금의 폭포수요, 빛의 함성이다.

워낙 야생의 꽃이라 그런지 공해가 심한 도시에서도, 공사장 같은 조그만 공터라도 있으면 봄의 공간을 눈부시게 치장해준다.

사실 가지 하나를 꺾어 병에라도 꽃아 놓고 한 송이 한 송이 뜯어보면 정말 볼품이라고는 없는 꽃이지만 이것이 일단 무리져서 한데 어울려 피면 목련이나 백합보다도 아름답다.

춤으로 치면 독무가 아니라 군무이며, 운동으로 치면 화려한 개인기가 아니라 일사불란의 팀워크로 이루어진 단체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의 변화를 제일 먼저 예고하고 그 기운을 가장 먼저 표현하는 것은 백합이나 장미 같은 소수의 천재들이 아니라 개나리처럼 줄지어 피는 슬기로운 대중들이다.

▲우리나라의 부패는 ‘엘리트 카르텔’ 유형에 가깝다고 한다.

엘리트들이 그들만의 그룹을 형성해 정보와 자리를 독점, 다른 집단 위에 군림하면서 자신들의 사욕을 취하는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변’ 혹은 ‘변방’의 집단들은 ‘엘리트 카르텔’ 집단에게 중요한 정보나 혜택을 얻으려 부정한 접대를 동원한다. 그 결과 각종 이권을 챙겨 자신들이 들인 비용보다 훨씬 큰 수익을 취하면서 부정과 부패를 양산하는 고리를 형성한다.

이 같은 부정과 부패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촛불민심으로 폭발했고, 부패한 권력을 탄핵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촛불민심이 ‘장미 대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57년 전 봄. 4월 혁명을 통해 이 땅의 민주주의를 되찾아온 것도 거리로 뛰쳐나온 수많은 시민들, 즉 개나리들이었다.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낸 힘도 개나리들로부터 나왔다.

그로부터 정확히 30년이 지난 올해 5월에 치러지는 대선도 봄을 지키려는 개나리들로부터 시작됐다.

이번 대선이 ‘장미 대선’이 아닌 ‘개나리 대선’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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