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보(純愛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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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碧眼)의 독일 여성은 1950년대 중반 동독에 유학 왔던 북한 유학생을 만나 4년여 열애 끝에 결혼 한지 불과 1년 만에 남편이 북한으로 소환되면서 생이별했다.

그 후 46년 세월을 홀로 살며 남편(73)을 다시 만날 날만을 기다려왔다고 한다.

“힘겨운 세월이었지만 남편과의 사랑을 한 번도 후회해본 적 없다”는 레나테 홍 할머니(70)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사랑의 결실인 두 아들을 혼자서 키우며 여태껏 남편을 잊지 못한 그는 지난 8월엔 한국을 방문, 상봉의 기회를 애타게 호소했다.

그러나 ‘짧은 만남, 긴 이별’의 기막힌 사연은 어디 이 분뿐이랴.

이산가족들의 ‘순애보(純愛譜)’는 예나 지금이나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인 샌드라 데이 오코너(77)의 순애보도 화제다.

그는 매년 언론 등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혀온 거물이다.

그런 그가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에 걸린 남편을 돌보기 위해 최근 사법부 최고위 직인 평생 대법관 자리를 내던졌다.

퇴임의 변은 “이제는 남편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때”였다.

하지만 남편은 증세가 악화돼 요양원의 다른 치매 여성과 사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질투 대신 남편이 정서적 안정을 되찾고 있다며 “나를 몰라보고 다른 여성을 사랑해도 당신만 행복하다면 난 기쁩니다”라는 말을 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순애보(純愛譜)는 순결한 사랑, 순수한 사랑 이야기다.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이야기인 순애보(殉愛譜)도 있다.

둘 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일깨운다.

특히 레나테 홍과 오코너 전 대법관의 순애보는 부부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슴 깊이 깨닫게 한다.

만추(晩秋)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져 가고 차가운 바람이 하얀 추위를 예고하는 지금, 이들 순애보는 감동 찡한 온기(溫氣)로 다가온다.

인스턴트식 사랑이 난무하는 시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순애보적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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