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왕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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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편집국장
오래전에 접했던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의 줄거리를 애써 끄집어냈다. 대선 투표를 앞두고 한 정신분석학자가 유권자들에게 일독(一讀)을 권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당부했다. 후보자나 그 주변에서 흘러넘치는 말에 현혹돼 리어왕 꼴 되지 말라고.

리어왕에게는 3명의 딸이 있었다. 팔순이 넘은 그는 후계를 결정짓겠다며 세 딸에게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물었다. 큰딸은 “모든 한계를 다 넘어 전하를 사랑한다”고 했다. 둘째 딸은 “전하의 귀중한 사랑 속에서만 행복해진다”고 답했다. 그 결과 두 딸은 왕국을 분할 받았다. 문제는 막내딸이었다. 그는 “없습니다”고 말했다가 추방당했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됐다. 권좌에서 물러난 리어왕은 헌신짝이나 다름없었다.

두 딸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자 리어왕을 내쳤다. 두 딸에게 버림받은 그는 폭풍우 몰아치는 광야에서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뉘우쳤지만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 없었다.

▲우리네 삶은 크고 작은 선택의 총합이라고 한다.

영국의 한 설문조사 결과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은 일생에 걸쳐 77만 건의 결정을 내린다고 했다. 이 가운데 14만 건(18%)에 대해선 후회를 한다. 그러면 하루에는 몇 건의 판단을 내릴까. 27건 내외라고 한다. 시계 알람을 듣고 벌떡 일어날 것인지, 아니며 끄고 더 잠을 잘 것인지에서부터, 어떤 옷을 입고 출근할 것인지, 점심은 무얼 먹을지도 포함된다. 업무를 마친 후에도 고민과 결정은 이어진다. 곧장 집으로 갈까, 한잔할까 등등. 순간적으로 내리기 쉬운 것도 있지만, 결심하는 데 최장 9분 걸리는 것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루에 4시간 이상을 고민하면서 보낸다. 그래도 후회하는 일은 생기기 마련이다. 매일 매일 결정 가운데 최소한 20%는 후회한다고 한다.

“다른 옷을 입을 걸, 곧장 집으로 직행할 걸” 같은 식이다.

▲결정에는 일상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리어왕의 결정처럼 자신과 국가의 장래를 좌우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사실 우리는 지난 대선을 통해 여러 번 선택의 기회를 가졌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한 후보는 당시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라는 말을 화두로 던졌다. 지금도 이 화두가 유효하고, 더욱이 증식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네 신세도 자신의 선택으로부터 버림받은 리어왕과 다르지 않다.

5ㆍ9대선을 통해 다시 선택의 기회는 왔다. 이에 앞서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등을 통해 많은 선행학습을 했다. 그 학습결과가 궁금하다.

낚시꾼은 미끼를 문 물고기에게는 더는 낚싯밥을 던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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