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숙취 운전’ 현행범 체포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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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요청에 차량 뺀 뒤 음주측정 거부…대법원, 벌금 500만원 원심 파기

주차된 차량을 빼달라는 경찰의 요청을 받고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2m를 운행한 운전자를 음주운전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최근 도로교통법(음주측정 거부)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장모씨(52)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장씨는 2015년 6월 29일 제주시 노형동 한 빌라 주차장에 차량을 세우고 근처 식당에서 오후 11시까지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


이튿날 빌라 건설 현장 관계자가 장씨의 차량 때문에 공사를 할 수 없다고 112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장씨에게 차량 이동을 요구했다.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장씨는 차량을 2m 가량 옮기다 공사현장 관계자들과 시비가 붙었고, 이 관계자가 술을 마신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음주감지기에 의한 음주 확인을 요구했지만 장씨는 “이만큼 뺀 것이 무슨 음주운전이냐”며 측정을 거부했다.


음주감지기만 가져온 경찰은 음주측정을 위해 지구대로 임의동행을 요구했지만 장씨는 이를 거부했고, 경찰은 장씨를 음주운전 현행범으로 체포해 기소했다.


1·2심 재판부는 경찰의 현행범 체포가 적법하다고 판단해 장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면서 음주감지기 외에 음주측정기를 소지했더라면 임의동행이나 현행범 체포 없이도 현장에서 바로 음주측정을 시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장씨가 현장에서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장씨가 전날 늦은 밤까지 마신 술 때문에 미처 덜 깬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술을 마신 때로부터 이미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뒤에 운전을 했으므로 음주운전죄를 저지른 범인임이 명백하다고 쉽게 속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장씨가 지구대로부터 차량을 이동하라는 전화를 받고 2m 가량 운전했을 뿐 스스로 운전할 의도를 가졌다거나 차량을 이동시킨 후에도 계속해 운전할 태도를 보인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1·2심은 “장씨는 경찰관이 약 30분이라는 충분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세 차례나 측정을 요구했는데도 각 측정 요구에 모두 불응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김대영 기자
kimdy@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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