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소리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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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전 탐라교육원장/수필가

5월의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 창가에 서성거린다.

창문을 활짝 열자 온갖 소리들이 와르르 쏟아져 들어온다. 차례도 체면도 없다. 어지럽게 집안을 가득 채우는 소리의 불청객, 존재를 드러내는 세상의 소리 속에 파묻힌다. 그러나 좋건 싫건 구시렁거릴 수도 없다. 지금까지 내 몸에 붙어 살아온 것들인 걸.

소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청각기관을 자극하여 뇌에서 해석되는 매질의 움직임이다. 공기나 물 같은 매질의 진동을 통해 전달되는 종파라고 하는데, 우리들의 귀에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리는 공기 속을 전해 오는 파동’이라 했다.

그러나 소리를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 계절마다 독특한 것, 또 느끼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숨소리, 금수의 소리, 어머님의 다듬이질 소리…. 순간순간 감정을 표출하기 위한 형체가 없는 희로애락의 소리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세상은 실타래처럼 소리들로 얽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요즘 사드 배치 장소를 놓고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전자파 괴담으로 몸살을 앓자 국방부에서는 군사기밀 누설을 감수하면서까지 조기 경보 레이더 ‘그린파인’ 기지와 패트리엇 기지를 공개해 전자파 강도를 측정해 보였다. 결과, 사드 레이더가 위험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누그러들 낌새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합리적 태도와 인내는 눈을 비비고 보아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사드 배치는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도 아니고 오직 국토와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사드 배치로 거론되는 지역마다 들고 일어나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왜 우리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느냐.’ 며 불만이 섞인 목소리다. 사드보다 더한 안보시설이 전국에 퍼져 있는데 그곳 모두가 자신들의 주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고 외면한다면 나라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쟁이 끝난 게 아니다. 일시 휴전 중인 나라가 이러고도 넘어지지 않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참담할 따름이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목소리가 절실하다.

아침 신문을 펼쳐 들면 온통 크고 작은 소리들로 넘쳐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목소리를 잠재울 방법은 없다. 그러나 숱한 불협화음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보다 더 나은 사회가 되려면 정제된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기희생이 따라야 한다. 행복하기 위한 전제다. 눈앞의 이익만을 위하여 처신하다 보면 결국에는 자신을 잃어버리는 꼴이 될 게 분명하다.

소리를 내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소리를 내든 받아들이는 것은 오로지 자신이다.

한 아낙네가 고사리를 꺾으러 갔다 까마귀의 ‘까~악 까르르’ 우는 소리를 듣고는 집에 돌아와 친구에게 말했다. “오늘 친구는 왜 함께 오지 않고 혼자 왔느냐.” 묻더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한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마음이 뭐라고 하는지 인식 못 한 채 눈앞의 일에만 매달리는 게 우리의 숨 가쁜 삶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소리를 등지고 세상을 살아갈 순 없다. 삶 자체가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과거가 담겨 있고 현재가 있으며 한 발짝씩 미래로 다가가리라 생각된다. 그러기에 자신이 내는 소리가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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