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생김새는 요술방망이
분자 생김새는 요술방망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물의 고체상태를 얼음이라 하듯이 이산화탄소를 높은 압력, 낮은 온도의 조건을 맞춰 고체로 변화시킨 물질을 드라이아이스라고 한다. 이것은 고체에서 기체로 변화하는 승화성을 갖고 있다.

 

얼음처럼 생긴 이 흰색 덩어리는 고체상태에서 녹아 바로 기체로 변화하는 승화성을 띠기 때문에 주위의 열을 흡수하여 온도를 급격히 낮춘다. 그래서 이것은 이와 함께 담겨진 물질을 차갑게 유지시키는 냉각제로 쓰인다.

 

그러나, 보통 얼음의 온도는 0℃이지만 드라이아이스의 온도는 무려 -78.5℃까지 내려가므로 이것을 취급할 때에는 주의해야 된다.

 

또한 드라이아이스의 승화 시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세균과 곰팡이 등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냉동식품의 보관에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독자 여러분들은 아이스크림을 시원하게 유지해주는 이산화탄소 고체 덩어리를 연못이나 호수에 던졌을 때 물이 솟아오르고, 하얀 증기가 스며 올라오는 것을 본 적이 있을까?

 

드라마에서 공동묘지 분위기를 연출하거거나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의 발 밑으로 안개효과를 표현할 때에도 드라이아이스가 이용될 수 있다. 나프탈렌, 아이오딘 등도 드라이아이스처럼 승화성을 지닌 물질이다.

 

사람들의 외모와 성격이 상이하듯이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들의 생김새도 각양각색이다. 이산화탄소 분자구조는 선형이기 때문에 이것은 비극성이다. 이 분자 간의 상호작용하는 힘은 약하여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하며, 액체상이나 고체상으로 응축시키기가 어렵다. 그래서, -78℃ 정도 되어야 고체 덩어리 드라이아이스가 형성된다.

 

이산화탄소와 달리 물분자의 구조는 굽은 형태이며, 이것은 극성 분자이다. 그래서 물분자 간에는 강한 인력(수소결합)이 작용하기 때문에 -78℃ 보다 훨씬 높은 0℃에서 고체 덩어리가 된다.

 

드라이아이스는 연못의 물보다 훨씬 차갑다. 드라이아이스를 연못에 던지면 주위의 물이 드라이아이스를 재빨리 가열한다. 고체 이산화탄소는 기체로 변환되고, 공기 중의 습기를 길게 뻗는 흰색 안개처럼 응축시키기에 충분히 차가우며, 연못 표면에 거품이 일어나게 한다.

 

그런 다음 곧 활성이 감소한다. 이것은 드라이아이스가 사라진 것이 아니고 주위의 물이 얼어서 얼음 차단층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분자의 상이한 생김새가 자연 속에서 흥미로운 요술방망이 역할을 한다.

 

만약 물의 생김새가 선형이라면, 이것은 비극성이 될 것이며 녹는점은 -78℃보다도 훨씬 더 낮을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삶을 영위할 수 없을 것이다.

 

물이 비극성이면, 뜨거운 드라이아이스가 차가운 물을 녹이는 것을 음미하면서 즐기는 새로운 종류의 생명체가 탄생하여 지구상에서 유유자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산화탄소는 소화기 내용물로도 사용된다. 소화기 속의 이산화탄소는 25°C, 고압 하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소화기에서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1기압에서 기체로 변한다.

 

이러한 이산화탄소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산소를 불꽃으로부터 차단시켜 불을 끌 수 있다. 그리고, 액체 상태에서 기체 상태로의 전환은 열을 많이 빼앗는 반응이다.

 

이산화탄소 소화기에서 발생한 ‘안개’ 모양은 냉각에 의해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된 작은 얼음 알갱이의 장난이다. 이런 이산화탄소는 바닥의 불을 끌 때는 유용하지만, 천장의 불을 진화시킬 때는 쓸모가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