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야욕 때문에 핵전쟁 위험이 고조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 조치는 도를 넘고 있다.

이처럼 위중한 시기에 한국에는 대통령이 없다.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갈 리더가 없는 것이다. 오로지 주변 국가 지도자들이 장기 말을 이렇게 옮기고 저렇게 옮기는 걸 지켜보고만 있는 형국이다.

한반도 정세가 늘 불안했지만 핵전쟁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성이 강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는 북한 김정은의 손목을 비틀려 하자 김정은은 핵공격 카드로 반격을 시도하는 형국이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 세계가 한반도를 주시하는 건 당연하다. 뉴질랜드에서도 한반도 위기가 주요 뉴스로 크게 다루어지고 있다. 핵전쟁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크다. 필자에게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까요?” 하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북한이 미국 뿐 아니라 한반도 문제에 대해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호주에 대해서까지 핵공격을 하겠다고 들고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뉴질랜드 총리가 이례적으로 북한의 핵공격 능력에 대해 언급하고 언론들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났을 때 뉴질랜드가 입을 여러 가지 예상 피해를 짚어 보기도 했다. 심지어 한국에 사는 뉴질랜드인들을 통해 현지의 분위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아마 폭풍 전야를 예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이 전하는 서울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평소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긴박감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인들이 걸핏하면 나오는 북한의 협박에 익숙해져 웬만해선 놀라지 않는다는 설명도 있었고 한반도의 긴장 고조는 선거 때면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남북관계를 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을 꽤나 정확하게 전달한 느낌이었다. 한국의 온라인 뉴스 사이트만 들어가 봐도 관심은 온통 대통령 선거에 쏠려 있다. 핵전쟁에 대한 불안감 같은 건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외국인들도 알고 있듯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의 으름장이 한국인들을 단련시킨 게 틀림없다.

북한의 핵공격 위협을 선전전으로 치부하는 한국인들의 판단이 맞을지 모른다. 현실적으로 한반도에서 핵전쟁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선제타격 카드를 뽑아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북한이 죽기로 작정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쏘아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데 유독 한국인들만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는 건 뭔가 이상하다. 대책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움켜쥐며 핵전쟁 불사를 외치고 있고,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트럼프와 김정은, 시진핑은 연일 한반도 정세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심지어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두려고 하는 판국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치권에서 보여준 것은 대통령 후보들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내며 ‘갑론을박’하는 모습뿐이었다. 분명히 그들 중에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러나 누가 되든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반드시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반도 평화를 관리하는 건 한국 정치 지도자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